너무나 참담하다. MBC 뉴스데스크가 스스로 ‘정상 체제’를 외친 후 일주일의 성적 말이다. 지난달 26일 지난 5년에 대한 사과 방송으로 시작한 MBC 뉴스데스크는 바로 당일 제천 화재 현장 안팎에서 현장을 지휘하던 소방관을 구조에 뛰어들지 않고 우왕좌왕하는 소방관으로 묘사해 비판했다. 새해 첫 뉴스데스크에선 개헌 이슈에 대해 일반 시민을 인터뷰한다며 MBC에서 일했던 인턴 기자와 취재 기자의 친구를 인터뷰했다. 그렇게 MBC는 일주일 동안 총 세 번의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간판 예능의 결방과 뉴스 축소, 드라마 방송사고 등 지난해 9월 4일부터 73일간 이어졌던 MBC 총파업으로 시청자들은 많은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도 이들 파업을 적지 않은 시청자가 지지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그저 공영방송으로서의 모습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달라는 요청이었다. 입맛에 맞게 사실을 취사선택하거나 외면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진실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공공재인 전파가 생산적이고, 올바른 공론장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들의 바람에 MBC는 실망만 안겼다. 일각에선 선뜻 잘못을 시인하는 MBC를 보며 “예전과 달라졌다”지만, 결국 달라진 모습은 사과가 아닌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제가 파업을 지지하는 건 여러분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편하게 근무하라는 게 아니라, 내가 또다시 죽고 싶지 않아서, 내가 언론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예은이의 아빠 유경근 씨는 9월 초 양대 공영방송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며 7분 30초 동안 이렇게 절규했다. MBC, KBS뿐 아니라 적지 않은 기자들이 이 절규에 죄책감을 느꼈고, 변화하려 노력했다.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한 축인 MBC는 이 반성과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 계속된 실수에도 MBC를 향한 응원이 아직 이어지는 건 MBC의 역할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세 번째 사과 방송을 한 지난 2일 최승호 MBC 사장은 SNS(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취재윤리 점검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며 “이 과정에서 배우고 스스로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확인과 취재 윤리라는 저널리즘의 ‘ABC’를 놓치면서 이룰 수 있는 정상화는 어디에도 없다. “배우고 고쳐나갈 것”이란 얘기만큼은 ‘정상화’ 첫날의 사과처럼 공수표가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노진호 대중문화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