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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정상화 외친 MBC의 세 번째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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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노진호
노진호 기자 중앙일보 대중문화
노진호 대중문화팀 기자

노진호 대중문화팀 기자

너무나 참담하다. MBC 뉴스데스크가 스스로 ‘정상 체제’를 외친 후 일주일의 성적 말이다. 지난달 26일 지난 5년에 대한 사과 방송으로 시작한 MBC 뉴스데스크는 바로 당일 제천 화재 현장 안팎에서 현장을 지휘하던 소방관을 구조에 뛰어들지 않고 우왕좌왕하는 소방관으로 묘사해 비판했다. 새해 첫 뉴스데스크에선 개헌 이슈에 대해 일반 시민을 인터뷰한다며 MBC에서 일했던 인턴 기자와 취재 기자의 친구를 인터뷰했다. 그렇게 MBC는 일주일 동안 총 세 번의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간판 예능의 결방과 뉴스 축소, 드라마 방송사고 등 지난해 9월 4일부터 73일간 이어졌던 MBC 총파업으로 시청자들은 많은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도 이들 파업을 적지 않은 시청자가 지지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그저 공영방송으로서의 모습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달라는 요청이었다. 입맛에 맞게 사실을 취사선택하거나 외면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진실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공공재인 전파가 생산적이고, 올바른 공론장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들의 바람에 MBC는 실망만 안겼다. 일각에선 선뜻 잘못을 시인하는 MBC를 보며 “예전과 달라졌다”지만, 결국 달라진 모습은 사과가 아닌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지난 2일 MBC 뉴스데스크는 자사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행위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 MBC]

지난 2일 MBC 뉴스데스크는 자사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행위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 MBC]

“제가 파업을 지지하는 건 여러분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편하게 근무하라는 게 아니라, 내가 또다시 죽고 싶지 않아서, 내가 언론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예은이의 아빠 유경근 씨는 9월 초 양대 공영방송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며 7분 30초 동안 이렇게 절규했다. MBC, KBS뿐 아니라 적지 않은 기자들이 이 절규에 죄책감을 느꼈고, 변화하려 노력했다.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한 축인 MBC는 이 반성과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 계속된 실수에도 MBC를 향한 응원이 아직 이어지는 건 MBC의 역할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세 번째 사과 방송을 한 지난 2일 최승호 MBC 사장은 SNS(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취재윤리 점검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며 “이 과정에서 배우고 스스로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확인과 취재 윤리라는 저널리즘의 ‘ABC’를 놓치면서 이룰 수 있는 정상화는 어디에도 없다. “배우고 고쳐나갈 것”이란 얘기만큼은 ‘정상화’ 첫날의 사과처럼 공수표가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노진호 대중문화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