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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하룻밤 새 시위대 10명 사망…트럼프는 연일 맹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란 반정부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밤 시위에 참가한 10명이 사망했다. 이들이 숨진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제난 불만 누적, 이란 반정부 시위 격화 #트럼프 "국민 위대하다"며 이란 정부 비난 #이스라엘도 "이란 국민 성공하길 바란다"

지난달 30일 이란 테헤란 대학교에서 반정부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최루 가스가 뿌려졌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이란 테헤란 대학교에서 반정부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최루 가스가 뿌려졌다. [AFP=연합뉴스]

이란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에서 반정부·반기득권 시위가 일어난 건 지난달 28일이다. 높은 실업률과 물가 폭등으로 인한 민생고를 견디지 못한 시민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8년 만의 대규모 시위로, 현재까지 12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체포됐다.

로이터통신은 "수만 명이 광장으로 나왔다. 이는 2009년 시위 이후 이란 정부가 맞닥뜨린 가장 큰 위기"라며 "장기간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가 이란 전역에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은 헌법과 시민의 기본권에 기반을 둔 자유로운 국가이며 시민들은 비판과 저항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공공재산에 손해를 끼치거나 질서를 위반하는 폭력적인 행위에는 어떤 관용도 없다"고 경고했다.

이런 메시지를 내놓긴 했지만, 이란 정부는 최루 가스와 물대포 등을 이용해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인터넷 속도를 제한하고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소통하는 데 쓰는 메신저 앱 텔레그램 또한 막았다.

AFP통신은 "이란 국영TV는 시위 관련 보도를 하고 있긴 하지만, 과격한 이들이 은행과 차량을 공격하거나 국기를 태우는 자극적인 장면들을 내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30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선 반정부 시위에 맞선 친정부 집회가 열렸다. [AP=연합뉴스]

30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선 반정부 시위에 맞선 친정부 집회가 열렸다. [AP=연합뉴스]

좀처럼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이란에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억압적인 체제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특히 지난 2015년 핵 협상 이후 서방의 제재가 풀리며 경제가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있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BBC는 "지난 수년 동안 이란인들은 더 가난해졌음에도 정부는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고, 야권 인물들 또한 침묵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은 주요 석유 생산국이자 중동 지역의 강국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쟁하며 시리아 내전 등에 깊이 관여했지만 정작 국내에선 실업률이 높고 민생이 안정되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또 "청년들은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만성적인 부패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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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시위대를 지지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붓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이란 국민은 더는 참지 못하는 것 같다. 인권 침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31일에는 "테러 지원 국가인 이란이 이젠 평화 시위자들이 소통할 수 없게 인터넷까지 막아버렸다. 좋지 않다"고 트위터에 썼다.

1일에도 "위대한 이란 사람들은 오랫동안 억압당했으며, 그들은 음식과 자유에 굶주려있다. 변화를 위한 시간!"이라고 트위터에 쓰는 등 이란 정부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이란 핵 협상 이행을 불인증한 바 있다.

이란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 역시 이란 시위대를 지지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Yisrael Katz) 이스라엘 정보장관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이란 국민들이 성공하길 바란다"고 밝히고 "이들이 성공한다면 이스라엘과 다른 지역에 대한 많은 위협이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동 지역 내 긴장을 의식한 듯 "(이스라엘 정부가) 간섭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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