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균형자’ 문 대통령, 알고보니 풍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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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청와대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한 외교안보 잡지로부터 ‘올해의 균형자(The balancing act award: Moon Jae-in)’로 선정됐다고 밝혔으나 실상은 미묘한 풍자적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잡지 아시아 지도자 10명 평가 #“청와대가 맥락 빼고 문구만 부각”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외교안보 잡지) ‘디플로맷’이 아시아 정치지도자들의 행보를 평가하면서 문 대통령을 ‘올해의 균형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고 부대변인은 당시 “‘디플로맷’이 ‘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치적 균형을 잡았다’며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경제적 압박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 요구에 맞섰다’고 적었다”고 말했다.

고 부대변인은 “미국이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하고 중국의 사드 관련 경제적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도 평화를 강조하고 FTA 개정 요구에 현명하게 대처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올해의 균형자’란 표현을 선사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디플로맷 칼럼의 원문은 풍자조로 아시아 각국 지도자 10명을 평가하면서 문 대통령도 언급된 것이어서 일각에선 청와대가 이런 맥락을 빼고 문구 자체만 부각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이 잡지는 독주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겐 ‘레닌 파워상’을 수여했는데 레닌은 프롤레타리아 독재 이념을 기치로 소비에트 연방을 세운 블라디미르 레닌의 이름을 딴 경우였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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