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조 소송’ 일어나자 ‘배터리 교체 비용’ 깎아준 애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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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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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배터리 게이트'라 불리는 애플의 구형 아이폰 성능 조작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달 중순 해외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아이폰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수록 iOS 처리 속도가 늦어진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어나자 20일 애플은 고의 성능 저하 기능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이스라엘, 한국 등에서 애플을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줄소송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애플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9999억 달러(1067조 원) 소송이 제기됐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애플은 28일(현지 시간) 구형 아이폰 성능의 고의적 저하 논란에 공식 사과하고, 대체 배터리 교체 지원을 약속했다. 애플은 "여러분 가운데 일부가 애플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말로 사과를 하며 "아이폰 배터리를 신형으로 교체하면 성능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며 배터리 교체비용을 내년 1월부터 현 79달러에서 29달러로 50달러(약 5만3천 원) 낮추겠다고 밝혔다.

애플의 조처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은 개별 AS센터를 찾으면 인하된 교체 비용을 적용받을 수 있다. 애플코리아는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교체비용이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내에는 애플이 직접 애프터서비스(AS)를 하는 애플스토어가 없기 때문에 개별 AS 대행업체마다 적용 가격이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는 배터리 교체 비용이 센터마다 10만원 안팎으로 책정돼 있지만 아이폰6·6S 등 구형 아이폰 모델 이용자가 iOS 업데이트로 배터리 성능이 저하된 것이 확인되면 각 센터에서 상응하는 가격(3만∼4만원대 예상)에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애플의 지원대책이 소비자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오히려 역풍 조짐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애플의 대응이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애플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소비자단체 'HOP'는 지난 28일 애플이 프랑스의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 법을 위반했다며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5년 만들어진 이 법은 기기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노후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제조업체가 기기의 품질 높이고 수명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 위반시 최대 2년의 징역형을 받거나 매출액의 5%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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