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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불꽃놀이 축제 555초를 위한 숨막히는 120시간

중앙일보

입력

불꽃설치 업체 BSB 직원들이 27일 오후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최상단부에서 신년맞이 불꽃축제 행사를 위해 불꽃의 일종인 로만캔들을 설치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불꽃설치 업체 BSB 직원들이 27일 오후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최상단부에서 신년맞이 불꽃축제 행사를 위해 불꽃의 일종인 로만캔들을 설치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27일 오후 3시 서울 롯데월드타워. 지상에서 500m 떨어진 타워 최상단은 영하 9도였다. 지상 날씨(영하 2도)와 약 7도 차이다. 불꽃 설치 전문업체 BSB의 서경만 총괄실장은 월드타워 최상단에서 오전 9시부터 대기중이다. 초속 1~3m 바람을 맞으며 2시간 반에서 3시간 작업을 하고 약 20분씩 쉬면서 작업을 반복했다. 서 실장은 “불꽃 하는 사람은 일단 한 번 시작하면 완성될 모양을 떠올리면서 손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상 500m, 영하 9도 속에서 불꽃 1만5000발 설치 #한 겨울 고층빌딩 불꽃놀이 조율은 극한 작업 #31일 자정 카운트다운, 약 9분간 마법 선사할 것

불꽃은 위험 화기이기 때문에 서울 안으로 들어올 때 경찰 통제를 받고, 남아도 보관할 수 없다. 이날 새벽 경남 창녕 창고에서 배달된 화약 4000발을 배치하지 못하면 남는 것은 다시 돌려보내야 한다.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에서 펼쳐지는 2018년 새해맞이 불꽃놀이 시간은 555초, 채 10분이 안 되지만 준비는 몇 개월간 이어졌다.

특히 화약 반입이 시작된 27일부터 마지막 120시간은 기획자(롯데물산)와 설치자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밤마다 화약이 딱 하나 터지고 모두 불발이 되는 악몽도 꾼다.

우선 최상단인 123층부터 1개층을 올라갈 때마다 강풍으로 체감온도가 3도씩 떨어지는 곳에서 작업은 더딜 수밖에 없다. 각 층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이 한데 모여 거대한 꽃처럼 보이도록 화약을 정밀하게 배열해야 한다. 하나라도 불발이 되면 전체 흐름이 깨진다. 이날은 꽃의 암술과 수술 부분에 해당하는 반원 형태의 구조물에 화약을 매다는 작업을 진행했다. 불꽃이 부채꼴로 뻗어 나가도록 각도를 조절하고, 배선을 이어 지상 콘트롤 타워에서 조작이 가능하도록 하는 일까지 완료해야 한다. 화약 30발이 든 구두상자만한 구조물(랙) 한 개를 난간에 고정하는데 30~40분이 훌쩍 지나간다. 이런 구조물 하나가 터질 때마다 꽃잎 하나가 더해지는 것이다. 월드타워 상부에서 8000발, 석촌호수에서 터질 5000발, 옆 건물인 롯데월드몰 옥상에서 쏘는 2000발 등 1만5000발이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쇼가 완성될 예정이다. 여기에 레이저와 화려한 조명, 음악까지 한 치 어긋남 없도록 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이를 위해 BSB 소속 작업자 50명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5일 설치를 해도 31일 마감을 맞추기에 빠듯하다. 바람이 거세지거나 비라도 내리면 바로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 야외공간에서 작업하는 것도 부담이다. 지상 500m에서 작은 도구라도 하나 떨어지면 대형 사고가 된다. 이 때문에 작업 예상 구간의 바로 밑 도로 통행을 모두 막아야 한다.
롯데월드타워의 불꽃놀이는 전 세계 초고층 빌딩 중 가장 먼저 진행되는 신년 카운트다운 행사다. 사실 한국 겨울 날씨에 고층빌딩에서의 불꽃놀이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빌딩 최상단과 외벽 불꽃 설치가 한결 수월하다. 대만 타이베이 101빌딩과 두바이 부르즈할리파의 새해 불꽃놀이가 유명한 것도 따뜻한 날씨와 무관하지 않다.

해변이나 강가가 아닌 거주지 한가운데서 불꽃을 쏘아 올리는 것도 난제다. 화약을 많이 넣어 한 번에 크게 터지는 불꽃은 화려하고 오래 지속하지만 소리가 크고 연기도 많이 난다. 도심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엔 작은 불꽃을 동시에 여러 개 쏘아 하나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연히 품이 더 들고 가격도 그만큼 비싸다.

 불꽃놀이설치 업체 BSB 직원들이 27일 오후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옥상에서 신년맞이 불꽃축제 행사를 위해 불꽃의 일종인 '로만 캔들'을 설치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불꽃놀이설치 업체 BSB 직원들이 27일 오후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옥상에서 신년맞이 불꽃축제 행사를 위해 불꽃의 일종인 '로만 캔들'을 설치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롯데 물산 최영 홍보팀장은 “겨울 불꽃놀이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지난 4월 롯데월드 타워 오픈 때 현장 관람객 40만명(서울권 100만명)이 모이면서 완전히 지역 축제가 됐다”며 “새해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강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 측은 이번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 현장에 약 10만 명이 모일 것으로 보고 안전요원 1500명을 배치했다.

롯데월드타워불꽃쇼 예정 시간. [자료 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불꽃쇼 예정 시간. [자료 롯데물산]

31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진행할 ‘롯데월드타워 카운트다운쇼’를 공식 유튜브와 페이스북 계정에서 실시간 중계한다. 생중계는 31일 오후 11시 40분부터 1월 1일 새벽 12시 10분까지다. 롯데홈쇼핑도 이원 생중계로 방송한다. 공식 페이스북에서 올림픽공원과 뚝섬 한강공원, 광진교, 성내천 등 카운트다운 쇼를 관람하기 좋은 서울 시내 ‘명당’도 추천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롯데월드타워불꽃쇼가 펼쳐질 월드타워와 석촌호수 일대 [사진 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불꽃쇼가 펼쳐질 월드타워와 석촌호수 일대 [사진 롯데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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