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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시니어, SNS로 인생 2막을 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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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치일 것 같은 할머니, 계모임 갈 때 메이크업, 깔끔한 수트핏의 할아버지. SNS에서 시니어가 뜨고 있다. 이들은 젊은이들 못지않은 인기 스타다. 저마다 다양한 개성을 뽐내며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국내외 시니어 SNS 스타 5인을 알아보자.

국내외 시니어 SNS 스타 5인 #SNS 덕에 제2의 전성기 맞았다 #고정관념은 엎은 것이 인기 요인 #시니어 SNS 이용률은 계속 증가 중

1. 89세 포토그래퍼, 니시모토 키미코 할머니
72세가 되던 2000년, 키미코 씨는 아들의 권유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여년 뒤 사진 학원에서 개최한 '자화상 33인전'에 사진을 출품했다. 수준급 사진 실력과 보정 실력으로 만들어진 키미코 씨의 엽기적인 사진은 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현재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운영하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새롭고 재미있는 사진을 많이 찍고 싶다. 나는 사진으로 누군가를 놀라게 하거나 웃게 하고 싶으니까”라고 말했다.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즐겨 찍는 키미코 할머니. [사진 니시모토 키미코 페이스북]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즐겨 찍는 키미코 할머니. [사진 니시모토 키미코 페이스북]


2. 스트리트 패션이 좋아! 88세 위에위에 할머니
문 린(달빛요정)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위에위에 씨는 지난 5월 본격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그는 젊은이들 못지않은 스트리트 패션 감각으로 현재 8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SNS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인생은 짧고 하루하루는 특별하다”고 답했다. 이어 "88세가 되고서 좋은 점은 입고 싶은 옷을 마음대로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매일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인생은 88부터 시작된다”고 말하며 행복한 노후를 뽐냈다.

젊은이들 못지 않은 스트리트 패션 감각을 소유한 위에위에 할머니. [사진 위에위에 인스타그램]

젊은이들 못지 않은 스트리트 패션 감각을 소유한 위에위에 할머니. [사진 위에위에 인스타그램]

3. 그림으로 전하는 손주 사랑, 76세 이찬재 할아버지
이찬재 씨는 1980년대에 브라질에 이민 갔다. 딸 부부 대신 손주를 돌보며 살았지만 약 3년 전 딸 가족은 한국으로 떠났다. 그는 막내아들의 권유로 직접 그린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손주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그의 사연은 BBC 등 해외 언론에 보도됐고 팔로워 수는 30만이 넘었다. 실력도 수준급이어서 따로 그림을 판매하기도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스타그램은 나 자신의 발견이자 아들의 발견입니다.”

매일 손주를 위해 그림을 그리는 이찬재 할아버지. [사진 이찬재 인스타그램]

매일 손주를 위해 그림을 그리는 이찬재 할아버지. [사진 이찬재 인스타그램]

4. 남포동 꽃할배, 65세 여용기 할아버지
여용기 씨는 ‘한국의 닉 우스터(이탈리아의 유명 패션 디렉터)’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패션 감각의 소유자다. 그는 29살에 양복점을 개업했지만 맞춤 정장 수요가 줄어들면서 재단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루는 아들 결혼 양복을 맞추러 갔는데 양복점 대표가 그에게 재단사로 일해줄 것을 권했다. 후에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 양복점 ‘에르디토’를 차렸고 동료들은 그의 양복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릴 것을 제안했다. 현재 5만 팔로워를 거느린 그는 SNS 덕분에 그는 다시 재단사로서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말한다.

깔끔하고 멋진 수트 패션으로 이름을 알린 여용기 할아버지. [사진 여용기 인스타그램]

깔끔하고 멋진 수트 패션으로 이름을 알린 여용기 할아버지. [사진 여용기 인스타그램]

5. 거침없는 입담의 소유자, 71세 박막례 할머니
박막례 씨의 손녀 김유라 씨는 언제 치매에 걸릴지 모르는 할머니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 케언즈로 여행을 다녀왔다.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만든 여행 영상이 너무 재미있어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초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김 씨는 할머니의 치매 예방을 위해 지속해서 영상을 제작해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박 씨의 유튜브 채널은 현재 구독자가 30만 명이 넘고 특히 메이크업 영상이 인기다. 박 씨는 인스타그램도 직접 운영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유튜브를 시작한 이후로 ‘인생은 71세부터 시작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SNS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 됐다. 이제 SNS는 더 이상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발간한 ‘중장년층의 스마트미디어 보유 및 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대비 지난해 60대와 70세 이상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2배가량 늘었다.

연령대별 스마트폰 보유율 추이. [사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령대별 스마트폰 보유율 추이. [사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SNS 이용률은 60세 이상이 약 4배, 60대는 약 2배 증가했다. 젊은 세대에서는 SNS 이용률이 정체돼 있거나 줄어드는 반면 시니어 SNS 이용자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70세 이상 SNS 이용자의 하루 평균 이용량이 2배 이상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연령대별 SNS 이용률 추이. [사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령대별 SNS 이용률 추이. [사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령대별 SNS 이용자의 하루 평균 이용량 추이. [사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령대별 SNS 이용자의 하루 평균 이용량 추이. [사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시니어 SNS 이용자가 늘면서 시니어 SNS 스타도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의 주 연령층은 젊은 세대인 만큼 시니어 콘텐트의 소비자도 젊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시니어 콘텐트에 열광하는 이유는 시니어 SNS 스타들이 ‘시니어는 옷을 못 입을 것이다, 재미없을 것이다, SNS 같은 건 못할 것이다’와 같은 고정관념을 엎었기 때문이다.

시니어도 충분히 SNS 활동을 할 수 있다. [사진 Freepik]

시니어도 충분히 SNS 활동을 할 수 있다. [사진 Freepik]

시니어 SNS 스타들은 SNS 덕분에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됐고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말한다. 매일 본인이 좋아하거나 재미있는 활동을 하는 것만큼 행복한 노후는 없을 것이다. 그것을 SNS에 기록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삶의 활력도 얻을 수 있다. 이런 활동은 노년 우울증과 치매를 예방해줄 수 있다. 인기 스타가 되면 광고, 협찬 등으로 수입도 얻을 수 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자신의 취미와 장기를 살려 시작한 SNS 활동이 인생 2막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장하니 인턴기자 chang.h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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