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회교국가도 반AIDS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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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대의 천벌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가 보수적인 회교국가에도 서서히 침투해 들어가자 이들 나라들은 종교적 메시지로 국민들에게 경고를 시작하고 있다.
쿠웨이트에서는 TV화면에 회교경전의 경구를 내보내면서 엄숙한 목소리로 예언자 「마호메트」의 경구를 읊조리는 방송이 자주 나오고 있다. 『그들 중에 음란이 성행하면 그들의 선조들이 알지 못한 고통이 임할 것이다.』
AIDS는 이슬람이 부정한 섹스로 간주하고 있는 행위에 의해 옮겨지는 것이어서 반이스라엘의 엄격한 이슬람국가인 이들 나라에서는 이 문제를 드러내놓고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의 종교적 정서와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종교지도자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AIDS에 대한 경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마호메트」의 가르침을 호소하는 길 뿐이다.
이들 나라에서 AIDS에 대해 경고할 수밖에 없는 것은 최근 들어 발병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회교국가들이 이제까지 국제보건기구에 보고한 AIDS 발병사례는 1백10건으로 이는 전세계 발병사례인 7만8천여건에 비하면 극소수다. 그러나 이들 발병이 AIDS에 감염된 혈액이 수입되면서 늘어나고 있어 발병만연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회교국에서는 튀니지가 19건, 터키 21건, 수단 12건, 카타르 9건 등의 발병사례가 보고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오만·아랍에미리트연합 등은 발병사례를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다.
AIDS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호모섹스는 회교국에서는 흔치 않다.
이란·이라크에서는 동성연애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쿠웨이트에서는 최고 5년형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AIDS를 일으키는 성적관행에 대해 언제까지 모른 채 해야하느냐가 고민이다. 일부 나라에서는 계몽이나 학교교육으로 막아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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