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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때 투표용지 ‘찰칵’ 무죄...투표지·투표용지 차이 때문

중앙일보

입력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사용되는 투표용지. 사진 전민규 기자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사용되는 투표용지. 사진 전민규 기자

지난 대선에서 기표하기 전에 '투표용지'를 사진으로 찍은 10대가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와 기표 후 '투표지'의 차이를 법원이 처음으로 해석한 판결이다.

김모(19)씨는 지난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경기도 이천시 한 투표소의 기표소 안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아직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촬영했다.

이에 검찰은 김씨가 공직선거법을 어긴 것으로 판단하고 그를 기소했다. '누구든지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공직선거법에 투표지가 아닌 투표용지를 촬영한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이 따로 없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선 공직선거법 제244조 제1항에서 '투표용지·투표지·투표보조용구·전산조직 등 선거관리 및 단속사무와 관련한 시설·선거인명부 등을 은닉·손괴·훼손 또는 탈취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한 점을 들어 투표지와 투표용지가 구분된다고 판단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제158조 제4항에서 '선거인은 투표용지에 1명의 후보자를 선택해 기표한 다음 사전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과 공직선거관리규칙 제98조의 '사전투표함을 개함한 때에는 투표지를 꺼낸 다음' 부분, 제158조의 3 제6항의 '전송을 마친 선상투표자는선상투표지를 봉함한 후 선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등의 조항들을 판결의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는 투표지는 선거인이 투표용지에 기표 절차를 마친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도 "결국 피고인이 촬영한 것은 투표지가 아니라 투표용지"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투표지를 촬영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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