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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쪄도 무쳐도 쫄깃, 벌교 꼬막 생각날 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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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제철 이 식당 │ 꼬막

매달 제철 맞은 식재료를 골라 산지와 전문가 추천을 받은 맛집을 소개하는 ‘제철 이 식당’, 12월은 꼬막이다.

꼬막 12월에 제맛 … 씹을수록 달아 #새꼬막·참꼬막·피꼬막 등 종류 다양 #삶을 땐 꼬막 입 벌리자마자 불 꺼야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 소설 태백산맥』은 꼬막을 이렇게 표현했다. 꼬막은 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살이 차오르기 시작하지만 제맛을 보려면 12월은 돼야 한다. 겨울 바다의 짭조름한 향을 그대로 품고 있는 꼬막은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꼬막 하면 공식처럼 벌교(전남 보성군)를 떠올린다. 실제 꼬막의 주산지는 보성·순천·여수·고흥으로 둘린 여자만(순천만의 옛 이름)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꼬막은 참꼬막·새꼬막·피꼬막이 대표적이다. 마트에 흔한 것은 새꼬막이다. 참꼬막은 새꼬막보다 더 짭쪼름한데 잡히는 양이 적어 새꼬막보다 몇 곱절 비싸다. 참꼬막과 새꼬막을 구분할 때는 방사늑(放射肋)을 보면 된다. 방사늑은 꼬막에 부챗살 모양으로 패어 있는 골을 뜻한다. 참꼬막의 방사늑은 17~18개, 새꼬막은 30~34개 정도다. 피꼬막은 42개 안팎이다.

꼬막은 불순물을 잘 씻는 게 관건이다. 롯데호텔 서울의 한식당 ‘무궁화’의 천덕상 조리장은 “꼬막을 물 1L당 소금 40g을 넣은 물에 1~2시간 담가 해감하라”고 조언했다. 그다음엔 꼬막 위에 소금을 뿌리고 문지른 후 물로 헹궈낸다. 마지막으로 끓는 물에 넣어 삶다가 1~2분 정도 지난 후 건져낸다. 천 조리장은 “오래 삶으면 살이 질겨지기 때문에 꼬막이 입을 조금 벌렸을 때 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꼬막 가운데 쪽에 움푹 들어간 곳을 숟가락으로 비틀면 껍데기가 쉽게 제거된다.

벌교에서 꼬막 도소매업을 하는 서정옥·이종순씨가 추천한 벌교 현지에서 꼬막을 받아 사용하는 서울 맛집 3곳을 소개한다.

꼬막전부터 무침까지 다양해 … 여자만

제철 꼬막은 씹을수록 단맛이 났다. 흔한 새꼬막보다 짭조름한 맛이 강한 참꼬막에 간장 양념을 올려낸 ‘여자만’의 양념참꼬막. [사진 각 식당]

제철 꼬막은 씹을수록 단맛이 났다. 흔한 새꼬막보다 짭조름한 맛이 강한 참꼬막에 간장 양념을 올려낸 ‘여자만’의 양념참꼬막. [사진 각 식당]

서울 인사동 뒷골목에 자리한 ‘여자만’은 영화 ‘신촌부르스’를 연출한 영화감독 이미례씨가 2009년 문을 연 남도음식점이다. 꼬막 주산지인 ‘여자만’이라는 상호에서 알 수 있듯 대표 메뉴는 꼬막. 하지만 꼬막 메뉴는 꼬막 제철인 11월부터 3월까지만 판다. 여자만에서는 새꼬막·참꼬막·피꼬막을 낸다. 새꼬막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벌교산을 들여오고, 참꼬막과 피꼬막은 벌교 현지에서 받는다. 이승행 지배인은 “참꼬막은 그대로 쪄내거나 간장양념을 올린 양념참꼬막으로 내고, 큼직한 피꼬막은 매콤한 양념장에 채소와 함께 무쳐낸다”고 설명했다. 벌교참꼬막(참꼬막찜) 4만5000원, 양념참꼬막 5만5000원. 다양한 꼬막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점심용 꼬막정식을 추천한다. 꼬막전과 새꼬막찜, 양념에 무쳐낸 피꼬막무침 등 3개의 꼬막 메뉴에 생선구이·어리굴젓 등을 내준다. 1만8000원. 2인 이상 주문할 수 있다.

피꼬막찜에 막걸리 한잔 … 막걸리 이야기

제철 꼬막은 씹을수록 단맛이 났다. 큼직하고 쫄깃한 피꼬막을 쪄낸 ‘막걸리이야기’의 ‘피꼬막찜’. [사진 각 식당]

제철 꼬막은 씹을수록 단맛이 났다. 큼직하고 쫄깃한 피꼬막을 쪄낸 ‘막걸리이야기’의 ‘피꼬막찜’. [사진 각 식당]

한정식집을 하던 주인 이건남(59·여)씨가 2010년 사당역 골목(남현동)에 연 주점이다. 테이블 6개뿐인 작은 가게지만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비결은 송명섭막걸리·해창막걸리 등 전국의 유명 막걸리에 제철 재료로 만든 안주를 팔기 때문이다. 제철 해산물을 대부분 산지에서 택배로 받아 사용한다. 꼬막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장은 개점 때부터 벌교에서 난 큼직한 피꼬막만 사용한다. 피꼬막은 별다른 양념 없이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바다냄새가 잘 느껴지도록 쪄내 그릇에 담아내는데 겨울철엔 이 맛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이 사장은 꼬막뿐 아니라 문어·홍어 등 모든 음식에 화학조미료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조리한다. 2017년 4월엔 대학에서 조리를 전공한 아들 나성민씨가 서초동에 분점을 냈다. 본점과 달리 점심에도 문을 연다.

참꼬막찜·양념참꼬막 … 고향집

참꼬막 특유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고향집’의 참꼬막찜. [송정 기자]

참꼬막 특유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고향집’의 참꼬막찜. [송정 기자]

구의동 먹자골목에서도 구석에 있는데 주택을 개조해 만든 가게는 ‘고향집’이라는 상호처럼 푸근한 고향의 본가에 온 느낌을 준다. 대문 안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 집 안으로 들어가면 방과 거실로 나뉜다. 매콤한 주꾸미구이로 유명하지만 11월부터 3월까진 꼬막을 찾는 사람이 많다. 벌교에서 직접 받은 참꼬막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꼬막 메뉴는 단출하다. 쫄깃한 참꼬막 특유의 식감이 살아나도록 잘 쪄낸 꼬막찜과 껍데기 한 쪽을 떼어낸 후 양념과 함께 내는 양념꼬막 둘뿐이다. 참꼬막은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새꼬막보다 짜고 특유의 풍미가 강하다. 식을수록 비린 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호불호가 나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처음 참꼬막을 먹는다면 양념꼬막을 추천한다. 꼬막찜은 3만5000원, 양념꼬막은 4만원.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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