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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먼저, 아우 먼저’ 박원순,이인영,우상호 서울시장 출마 의리 따지기

중앙일보

입력

박원순 서울시장과 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지난해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났다. 사진=이인영 의원 홈페이지

박원순 서울시장과 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지난해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났다. 사진=이인영 의원 홈페이지

내년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후보군 간에 때 아닌 ‘의리 따지기’가 등장했다.

박원순 도왔던 이인영 "박 시장과 서울시장 경쟁할 관계 아니다" #이인영과 학생운동 우상호 "둘 다 나가면 중복, 이인영 출마해야" #당 인사 "민주당 경선서 세 사람 함께 볼 일은 없을 듯"

박원순 서울시장, 민주당 이인영, 우상호 의원 3명 사이에서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문민시대(문재인정부-민주당시대)를 슬로건으로 내걸어 “도시 재생보다는 사람 재생의 서울” 구상을 밝히고, 박영선 의원은 ‘서울을 걷다’ 프로그램과 대학 강연 정치로 서울시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데 이인영-우상호 의원은 출마 의향 공개를 피한 채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인영 의원은 당 인사들에게 “박원순 시장이 출마하면 나는 출마하지 않겠다. (박 시장과 경쟁할) 그런 관계는 아니다”고 알리고 있다. 박 시장과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우상호 의원은 “이인영 의원이 출마하면 나까지 나가기가 곤란하다”며 이 의원의 출마를 기대하고 있다. 서로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라며 출마 선언을 미루거나 권하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서울시장 후보군에 포함되는 이들이 출마를 고민하는 것은 의리 때문이다. 박원순-이인영, 이인영-우상호 간 얽히고설킨 인연 때문에 경쟁자로 맞붙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

박 시장과 이 의원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사이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이인영 의원이 1980년대 학생운동을 하다 법정에 섰을 때 박원순 당시 변호사가 변호했던 인연이 있다. 반대로 박 시장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 이 의원이 상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당선에 기여했다. 이 의원 입장에선 박원순 시장 만들기의 선봉으로 나섰다가 7년 후 경쟁자로 얼굴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2011년 이인영 당시 민주당 야권통합위원장(오른쪽)이 우상호 야권통합위원회 간사와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011년 이인영 당시 민주당 야권통합위원장(오른쪽)이 우상호 야권통합위원회 간사와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우상호 의원과 이인영 의원 간에도 선거 출마를 놓고 정리가 필요하다. 우 의원과 이 의원은 같은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으로 분류된다. 고대 국문과 출신인 이인영 의원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을, 연대 국문과 출신인 우상호 의원은 1기 부의장을 맡아 학생 시절부터 서로를 잘 아는 사이다.

우 의원은 “이인영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경선 흥행이 필수적인데 그러려면 민주당이 당내 유력 인사들을 내보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논리다. 단 자신과 이 의원이 동시출마하는 것은 '중복'이라고 본다. 우 의원은 당내 86그룹 의원들에게 "이 의원이 출마했으면 한다. 86그룹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출마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현재 출마 의사를 분명히 한 이는 박 시장이다. 박 시장이 3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 이 의원은 불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우 의원이 출마 가능성이 커진다. 당의 한 재선의원은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세 사람 모두를 볼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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