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사 수석 졸업 등 수상자 절반이 여생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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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사관학교 60기 졸업식에서 수상한 여생도들. 오른쪽부터 강경(대통령상)·석아름(국방부장관상)·이정
우(참모총장상)·김귀미(유엔군사령관상)소위. [해사 제공]

해군사관학교에 '우먼 파워' 바람이 불고 있다. 6일 경남 진해시 해사에서 열린 제60기 졸업.임관식에서 여생도가 전체 수상자 8명 가운데 절반인 4명을 차지했다. 이날 졸업생 164명 중에서 여생도는 17명뿐이었다.

여생도들이 차지한 상은 대통령상.국방부장관상.참모총장상.유엔군사령관상 등이다. 2003년 이후 올해까지 여생도 졸업생 70명 가운데 12명이 수상했다. 남생도들에 비해 월등한 성적이다.

올해 이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해 대통령상을 받은 강경(23) 소위는 입학한 이후 4년 동안 줄곧 수석을 차지했다. 해사를 수석 졸업하기 위해선 재학기간 동안 학업성적, 품행, 체력 등 각 부문에서 고루 뛰어난 성적을 얻어야 한다.

3학년 생도 시절 62기 후배들이 가입교했을 때에는 훈련 조교로 차출됐다. 가입교생 훈련은 그들이 앞으로 해사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지를 시험하는 혹독한 과정이다. 훈련 조교는 후배들에게 원칙만을 강조해야 하는 모범 생도들로 짜여진 '악역 집단'. 4학년 때는 생도연대 1대대장을 지내면서 리더십을 키웠다. 2004년 여생도가 처음으로 해사를 수석 졸업한 적은 있지만 수석 입학에 수석 졸업은 강 소위가 처음이다.

소수의 여생도들이 해사에서 우먼 파워를 발휘한 것은 여성이라고 혜택을 주기 때문이 아니다. 악조건을 이겨내려는 여생도들의 '악바리'같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사 생도대 훈련관 안희현(해사 57기) 중위는 "여생도들은 남자 생도들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체력을 극복하기 위해 틈만 나면 운동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여생도들이 항상 불리한 것도 아니다. 후배 생도 지도 부문과 환자 관리 및 행사 준비 등의 업무에 있어서는 남생도보다 월등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과정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모범적인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게 여생도들이 우위를 점하게 된 이유란다.

올해 임관한 여생도들의 지원 부문도 만만치 않다. 강 소위을 비롯해 석아름(23).이정우(22).김귀미(23) 소위 등은 전투병과인 항해를 지원했다. 장차 기동함대 함장이 되고 싶어서다. 남녀 구분이 없다.

강 소위는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적지 않았지만 나를 믿고 지켜봐주는 선.후배, 동기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강 소위의 아버지인 강희각(해사 36기) 대령은 한국형 구축함 양만춘함(KDX-Ⅰ 2번함) 함장으로 근무 중이다. 부녀 해군 현역 장교가 탄생한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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