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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사우디에 최초로 여성 대사 임명키로

중앙일보

입력

벨기에가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자국 대사로 여성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 주재 각국 대사는 전원 남성 #벨기에, 현 UAE 주재 여성 대사 #내년 여름 리야드로 발령할 예정

현재 사우디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국가의 사우디 주재 대사는 남성이다. 2010년 조지아가 여성 대사를 쿠웨이트에 파견하면서 사우디 대사를 겸임시킨 바 있지만, 리야드에 대사관을 개설한 뒤엔 남성 대사를 새로 임명했다.

지난 10월 두바이 보건청 행사에 참석한 도미니크 미누 UAE 주재 벨기에 대사(오른쪽). [두바이 보건청 트위터 캡쳐]

지난 10월 두바이 보건청 행사에 참석한 도미니크 미누 UAE 주재 벨기에 대사(오른쪽). [두바이 보건청 트위터 캡쳐]

보도에 따르면 차기 사우디 대사로 거론되는 인물은 도미니크 미누 아랍에미리트(UAE) 주재 벨기에 대사다. 미누 대사는 예정대로 사우디 대사에 임명되면 내년 여름 리야드로 부임지를 옮긴다.

벨기에 현지 언론은 이번 결정이 사우디의 여성 차별을 묵인한 벨기에를 향한 국제사회 비판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4월 사우디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의 위원국에 처음 선출됐다. 이 위원회는 정치·경제·사회·교육 등 분야에서 여성 지위를 향상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유엔의 주요 기관이다.
당시 13개 위원국을 선출하는 선거 과정에서 벨기에는 사우디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 세계 여성인권 단체들은 “성차별 국가에 표를 줬다”“방화범을 소방 책임자에 임명했다”며 벨기에를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가 “찬성표를 던진 것을 후회한다”며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사과해야 했다.

극도로 보수적인 사우디는 여성 인권이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성평등 지수에서 144개국 중 138위를 기록했다.

결국 사우디 대사로 여성을 임명키로 한 벨기에의 전례 없는 결정은 일종의 ‘반성’에 따른 것이란 얘기다.
과거 여성인권 운동가들은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 국가의 여성차별에 대항하기 위해 각국이 여성 대사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란 최초의 여성 판사이자 인권운동가로 2003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시린 에바디는 “여성 대사가 임명되면 사우디 국왕은 그와 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벨기에의 결정을 환영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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