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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과 경찰청장 수사권 조정 만남 놓고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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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성 경찰청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총장이나 저하고 법무부‧행안부 장관이 논의하는 테이블을 조만간 준비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개혁위쪽 안이 아직 나온 것이 없다”며 “적어도 내년 초에는 안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그걸 떠나서 실무적으로도 조만간 만나서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 7일 수사는 경찰이, 기소와 공소유지는 검찰이 각각 담당하는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구조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경찰개혁위는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방안을 “선진국형 분권적 수사구조”라고 평가하며 “검찰에 권한이 집중된 구조보다 상호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사‧기소권 분리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왼쪽)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7월 28일 경찰청에서 면담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면담은 문 총장이 취임 인사차 경찰청을 방문해 이뤄졌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왼쪽)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7월 28일 경찰청에서 면담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면담은 문 총장이 취임 인사차 경찰청을 방문해 이뤄졌다. [연합뉴스]

경찰개혁위가 내놓은 권고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또 헌법을 개정하기 이전에도 검찰이 부당하게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거나 경찰 소속의 ‘영장검사’ 제도를 도입하는 법 개정도 권고했다.

이 청장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진 이날 검찰은 수사권 조정 협의에 대한 말을 아꼈다.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회동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만나서 논의하자는 건 전부터 나온 얘기이고, 정부 차원에서 준비해야 될 일”이라며 “아직 일정이나 우리 입장이 정해지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 개혁 관련 논의는 법무부에 설치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대검찰청에 설치된 검찰개혁위가 중심이 돼 이뤄지고 있다. 법무검찰개혁위는 지난달 수사권 조정 논의를 시작했지만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검 검찰개혁위도 수사권 조정안을 우선 과제 중 하나로 올렸지만 입장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7월 취임 뒤 이례적으로 경찰청을 깜짝 방문해 이 경찰청장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 당시 문 총장의 행보는 수사권 조정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문 총장은 그러나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수사권한이란 것을 그대로 떼서 옮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자치경찰제가 실효적으로 시행되고 행정경찰이 수사경찰에 어떻게 관여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또 “자치경찰제가 어느 정도 시행돼 주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된다면 사법적 통제보다 더 우선돼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면서 “수사 통제와 관련해서는 검찰이 수사지휘를 일절 안 하기는 쉽지 않다. 통제 방안은 어떤 경우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과 수사지휘권을 완전히 내려놓는 방안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셈이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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