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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은 미생물 보물창고…정선 흙 0.1g에 세균 6317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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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분석을 위해 토양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세균 분석을 위해 토양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국내 토양 속에는 매우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하고 있고, 이들 미생물 중에는 건강 증진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종류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강원도 정선과 충남 천안, 전북 순창, 경남 거창 등 전통적으로 발효식품이 발달한 전국 14곳 지역의 토양을 채취해 조사, 유산균 신종 2종을 발굴했다고 17일 밝혔다.

토양세균 채취 지역 [자료 국립생물자관원]

토양세균 채취 지역 [자료 국립생물자관원]

이번 연구는 토양 환경에 따라 수만에서 수백억 마리가 사는 것으로 알려진 미생물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우선 ‘프로바이오틱스’로 알려진 유산균을 발굴하고, 동시에 지역별 세균 다양성을 조사하기 위해 수행됐다.

국립생물자원관 전국 14개 지역 조사 #신종 2종도 발굴…미백·주름방지 효과 #다양한 유용 미생물 발굴 가능성 기대

토양 시료 채취 장면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토양 시료 채취 장면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란 사람의 체내에 들어가서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균을 뜻한다.
연구진은 특히 천안시 동남구 동면 죽계리 지역 토양에서 대표적인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에 속하는 락토바실루스 속(屬)의 신종 2종(Lactobacillus Sp. CNC10005와 CNC10008)을 분리했다.

신종이 분리된 지역은 조선 후기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발효식품인 보리고추장이 소개된 곳이다.
신종 CNC10005는 미백과 주름 억제 효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균주의 세포 추출물을 처리했을 때, 피부 색소인 멜라닌 생성 물질이 약 45% 억제돼 미백 기능이 확인됐다.
또 주름생성 인자도 약 38% 억제되는 결과를 보여 종합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균으로의 활용 가능성이 확인됐다.

토양에서 분리한 락토바실루스 신종 세균의 주사 전자현미경(SEM) 사진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토양에서 분리한 락토바실루스 신종 세균의 주사 전자현미경(SEM) 사진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발견한 이 신종 세균에 락토바실루스 테레(Lactobacillus terrae)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에 관한 정보를 ‘국제미생물계통분류학회지(IJSEM)’에 지난달 투고했다.
락토바실루스는 유산균의 일종임을 나타내는 속명(屬名)이며, 종명(種名)인 '테레'는 토양을 의미한다.
동일한 지점에서 분리한 CNC10008 균주에 대해서는 현재 특성 분석이 진행 중이다.

토양에서 분리한 락토바실루스 세균의 투과 전자현미경(TEM) 사진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토양에서 분리한 락토바실루스 세균의 투과 전자현미경(TEM) 사진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아울러 연구진은 14개 지역에서 채취한 토양에 대해 차세대 유전자(16S rRNA) 염기서열 분석법을 활용해 세균의 다양성, 즉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조사한 결과, 지점별로 토양 0.1g당 평균 824~6317종까지 높은 다양성을 확인했다.
종수가 가장 높은 곳은 강원도 정선이었고, 충남 청양이 5719종, 충북 제천이 5176종, 천안이 5130종으로 뒤를 이었다.
토양이 신종 발굴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미생물자원의 보고(寶庫)임은 사실로 확인됐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환경 속의 미생물 군집과 그들의 유전 정보를 의미한다.
최근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기술의 발달과 세계적으로 축적되는 빅데이터에 의해 미생물 군집의 유전적 다양성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가능해지고 있으며, 이번 조사도 이 기법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지역별로 5지점에서 각 토양 시료 500g씩을 채취해 잘 혼합한 뒤, 시료별로 0.1g씩을 채취해 시료 속 유전자 전체의 염기서열을 분석, 세균 종 수를 파악했다.
확인 종들의 80% 이상은 아직 인공 배양이 되지는 않고, 유전자로만 확인되는 미지의 세균들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유전자를 분석한 것으로 실제 서식 현황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일정 지점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일 뿐 해당 지역 전체 상황을 대표하는 결과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토양은 미세 환경은 워낙 차이가 크고 다양해 수㎝만 떨어져도 미생물 분포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과 같은 토양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해 국내 미생물 서식 정보를 확보하고, 신약개발 등을 위한 전략적인 미생물 자원 발굴의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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