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특파원이 본 한중 정상회담]한중 정상회담 과연 성공작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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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반대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등에 의견을 같이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국 MOU 서명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국 MOU 서명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이를 ‘4대 합의’로 이름 붙이며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물로 평가했다. 외교 수단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3개월의 시간이 남았다는 미국 고위 당국자의 발언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전쟁 반대를 재확인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에서는 한ㆍ중 양국은 기존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한ㆍ중 양측 발표문 그 어디에도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중국의 역할이나 대북 압박 강화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를 찾을 수 없다.

구체적인 방안에 들어가면 중국은 북한의 도발과 한ㆍ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자는 ‘쌍중단’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두 정상이 애초부터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드 문제에 대한 이견과 함께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차 역시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못한 중요 이유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MOU 서명식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베이징=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MOU 서명식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베이징=연합뉴스]

중국측 발표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할 말을 다했다. 다만 표현의 수위가 다소 낮아졌다. 시 주석이 “한국이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발언한 것은 “중국의 안보이익 침해 우려를 불식시켜줄 실질적 조치를 취해 달라”는 의미다. 시 주석은 또 “상호 핵심이익을 존중한다는 기본원칙 위에 서서 더 나은 한ㆍ중 관계의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사드 문제에 대해 중국측이 원하는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ㆍ중 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을 넌지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직설적으로 “말로 한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라”거나 “군사당국간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고 압박한 것에 비하면 시 주석은 확실히 점잖은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알맹이는 차이가 없다.

이는 처음부터 사드 문제가 언급되지 않기를 희망한 우리 당국의 기대에는 못미친다. 그럼에도 표현이 완화됐다는 것만으로 우리 당국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정상회담에서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 항의하고 전면 해제를 촉구하는 것은 처음부터 기대하기 힘든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평창 올림픽에 참석해달라고 거듭 초청했다. 청와대는 “시 주석은 본인의 참가를 적극 검토하되 여의치 않으면 고위층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측 발표문에는 전혀 언급이 없다. 참석, 불참 두 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있다는 의미다.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원만하고 무난하게 진행됐지만 내용은 아쉬운 대목이 곳곳에 있다. 기대치를 낮춘 상태에서 보면 이번 회담은 청와대의 표현대로 ‘성공’한 셈이 된다. 하지만 과연 우리 입장을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하고 상대방을 설득시켰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은 회담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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