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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대청마루·장독대 … 7080 추억 속 ‘하숙마을’로 시간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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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충남 공주에는 1970~80년대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하숙마을’이 조성돼 있다. 공주시 반죽동 제민천변에 자리 잡은 하숙마을은 지난 7월 옛 한일당약국과 인근 가옥을 리모델링해 만든 집이다. 공주시가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만든 하숙촌은 2인실과 3인실 7개로 이뤄진 숙박시설이다. 이곳은 40~50대 중·장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공주시 제민천변 ‘하숙마을’ 가보니 #옛 가옥 리모델링해 만든 숙박시설 #학생 많았던 교육도시 하숙집 재현 #교복 소년상에 LP앨범 재킷도 비치 #40~50대 중·장년 고객 향수 나들이

공주시가 하숙촌을 만든 데는 이유가 있다. 공주는 한때 전국적인 ‘교육도시’였다. 공주시내에만 고등학교·대학교가 10여 개가 있다. 공주대(옛 공주사대)와 공주교대를 비롯해 공주사대부고·공주고·공주여고·금성여고·영명고 등이다. 공주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읍내 주민 절반이 학생”이라고 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공주에서는 “(하숙을)쳐야 산다”는 말이 유행했다.

새로 조성된 하숙마을은 마당을 중심으로 낮은 지붕의 숙박동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대문 옆 담장에는 ‘하숙마을 보존 담장구조물 설명문’이 세워져 있다. (건물을) 모두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짓기보다는 과거의 일부를 남겨둔다는 내용이 새겨 있다.

공주 하숙마을을 찾은 남성이 아들과 함께 마당에 있는 펌프에서 물을 퍼내고 있다. [사진 공주 하숙마을]

공주 하숙마을을 찾은 남성이 아들과 함께 마당에 있는 펌프에서 물을 퍼내고 있다. [사진 공주 하숙마을]

마당에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교복 소년·소녀상이 세워져 있다. 마당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옛집 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마당 채와 안채 등 예전에 사용하던 이름이 붙어 있다. 마당에는 지하수를 퍼 올리는 펌프가 옛 모습 그대로 설치됐다. 마중물만 부으면 언제든 맑고 시원한 물이 솟아 나온다.

마루 벽에는 당시를 회상할 수 있는 물건들이 걸려 있다. 1970~80년대를 대표하는 양희은·박은희·산울림·제1회 대학가요제 등의 앨범 재킷이다. 하숙생들이 많이 접하고 들었을 대중음악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하숙마을을 찾은 한 50대 여성은 “조그만 방에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밤새 수다를 떨던 기억이 난다”며 “그 시절엔 뭐가 그리 좋았는지 3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숙마을 대문을 나오면 제민천 건너편에 교복을 입은 남녀학생 모습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옆에는 ‘풀꽃’으로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시가 담을 따라 길게 쓰여 있다. 벽화와 시는 길이가 34m에 달한다.

골목 입구에서는 교복을 입은 단발머리 여고생 모습의 작은 조형물이 가장 먼저 발길을 붙잡는다. 골목 안에는 집집마다 건축 연도와 당시의 소소한 일들이 깨알처럼 적혀 있다. 하숙마을의 역사를 남겨 놓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춘기 여학생들이 모여 수다를 떨던 분식집도 그대로 남아 있다. 주변에는 1930~40년대 지어진 공주제일교회나 중동성당 등 이름난 근대 건축물과 옛 서점 등이 남아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과 공주역사영상관, 금강철교, 문화예술촌, 충남역사박물관 등도 지척이다. 공주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이미정 갤러리도 자리 잡고 있다.

하숙마을 요금은 2인실 7만원, 3인실은 8만원이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숙박하면 ‘공산성 밤마실’이라는 특별 이벤트에 동행할 수 있다. 밤마실은 호롱불을 들고 제민천을 따라 공산성까지 2시간가량을 오가는 산책이다.

하숙마을 김효자(41·여) 촌장은 “학창시절 하숙이나 자취를 했던 분들이 자녀와 함께 와서 밤새 그때 추억을 회상하고 돌아간다”며 “인접한 가옥을 숙박시설로 추가 조성해 하숙마을을 체류형 거점시설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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