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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직원도 내동댕이 친 중국인…폭행 사건의 전말

중앙일보

입력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를 취재하던 한국의 한 사진기자가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중국 측 경호 관계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해 쓰러져 있다.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에서 스타트업관 이동 중에 폭행당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를 취재하던 한국의 한 사진기자가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중국 측 경호 관계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해 쓰러져 있다.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에서 스타트업관 이동 중에 폭행당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행사를 동행 취재하던 청와대 사진 기자들이 중국인 경호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은 기자뿐 아니라 이를 말리던 청와대 직원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현지 취재 기자에 따르면 14일 오전 10시 32분, 문 대통령은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기업인들이 사드 사태로 겪는 어려움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는 탤런트 송혜교 씨와 그룹 ‘엑소’ 멤버 3명 등이 참여했다. 한류 스타의 등장에 중국 시민 수십여 명이 스마트폰을 들고 따라오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현지 기자는 “문 대통령이 발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의 혼란”이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경호원들은 문 대통령을 밀착 경호하는 상태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경호원들과 함께 현장에 설치된 기업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현장에 설치된 부스 서너 곳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 부스를 돌아보다가 맞은편 전시장으로 가기 위해 중앙 복도를 통해 이동했고, 청와대 기자단도 대통령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그때 중국 경호원들이 갑작스럽게 기자단을 막아섰다. 그러는 사이 문 대통령과 청와대 소속 경호관들은 행사장을 빠져나갔고, 취재를 할 수 없게 된 한국 매체 사진 기자 A씨가 항의하자 중국 경호원이 그의 멱살을 잡고 내동댕이쳤다.

다른 통신사 기자 B씨가 이 장면을 촬영하려하자 또 다른 중국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카메라를 빼앗아 던지려는 제스쳐를 취했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선은 기자들이 문 대통령이 있는 곳으로 가야 했기에, 대통령이 있는 맞은편 홀로 이동하려 했으나 입구에서 또다른 중국인 경호원들이 기자들을 막아섰다.

기자들은 취재 허용 비표를 보여줬지만 경호원들은 막무가내였고, 국내 경제지 사진기자 C씨가 항의하자 한 경호원이 그를 복도로 끌고 나가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집단 구타를 시작했다. 15명이 넘는 중국 경호원들이 C씨를 에워싸고 집단으로 주먹질을 한 뒤 바닥에 쓰러진 기자의 얼굴을 구둣발로 걷어찼다. C씨는 안와골절을 입기에 이르렀다.

당시 현장에는 청와대 경호관들이 없었다. 근처에 있던 청와대 직원이 “우리 경호 어디있느냐. 좀 도와달라”고 수차례 외쳤다. 중국 경호원들은 급기야 기자 뿐 아니라 폭행을 뜯어말리던 청와대 직원의 뒷덜미를 잡고 넘어뜨리기까지 했다.

대통령을 수행하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상황을 파악하고 뒤늦게 현장으로 달려왔다. 윤 수석은 “빨리 병원으로 보내라. 대통령 의료진에게 진료받게 하라”고 조치했다.

이후 청와대 경호처와 외교부는 중국 경호원들의 폭행사건을 진상조사해 공식항의하겠다는 뜻을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전해왔다.

이번 사태에 대해 중국 정부 측은 “폭행 경호원들이 행사를 주최한 코트라가 고용한 현지 사설 보안업체 직원”이라고 밝힌 가운데, 아직까지 폭행 주체가 누구인지 우리 측에서 확인되지는 않았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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