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경제 인플레로 "몰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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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홍콩=박병석 특파원】중공이 85년 이후 4년째 계속되고 있는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크게 고심하고 있다.
중공의 인플레는 그들이 추진중인 경제개혁의 핵심인 가격체제 개혁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이어서 단순한 경제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사회적 차원의 성격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최근「가격개혁」은 곧「물가상승」이라는 생각이 중공 서민들에게 보편화 돼 중공정부도 경제정책의 최대목표는 인플레를 잡는데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서방 소식통들은 중공 일부 주요도시의 인플레가 20%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공 중앙정치국도 최근 모임을 갖고 87년 경제생활 중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였다고 의견을 모았으며 국가 경제체제 개혁 위원회 대변인 송정명도 최근 신화사 통신기자와의 인터뷰에서『지난 9년간의 개혁경험 중 국민들의 가장 큰 불만을 산것은 바로 물가문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플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정치적 압력이 되어가고 있으며 보수세력들의 개혁세력에 대한 공격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중공의 물가상승률은 7·2%로서 계획보다 1·2%를 초과했다.
지역적으로 도시의 상승률이 높아 평균 9·6%를 기록했는데 특히 광주지역은 14%나 상승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임금인상을 해준 등소평의 개방정책을 환영하면서도 물가가 안정됐던 모택동 시대를 회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중공의 물가가 급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가격체제 개혁추진과 때를 같이한 85년부터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85년 8·8% ▲86년 6·0% ▲87년 7·2%를 기록했으며 금년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공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감각물가는 정부의 통계 치보다 훨씬 심각한 편이다.
이는 일반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육류·닭·오리 등 가금류·수산물·채소류 등 소위「농부견품」가격이 기타 물가에 비해 많이 치솟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7년 광주지역의 경우 수산물이 9·8%, 채소류는 무려 48·3%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신화사 통신이 감각물가와 정부통계와의 괴리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물가지수는 평균개념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중공의 물가상승세는 기본적으로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능력이 부족한 수요초과에 기인하는 것이어서 자유가격제를 전제로 한 가격체제 개혁과정의 필연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통화공급의 증가, 소비수준의 향상, 일부 개인상점이나 중간상의 매점매석도 물가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된다.
중공당국은『물가가 많이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국민소득은 더 많이 오른 것을 기억하라』 며 물가상승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달래고 있다.
87년의 경우 근로자 평균임금은 13·5%나 올라 물가상승률(7·2%)을 고려하고도 6·3%나 소득이 증가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중공은 올해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물가안정에 둔다고 한 것은 경제개혁의 핵심이 되는 가격체제개혁 속도의 완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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