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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특별법 무산에 뿔난 민주당 “법안 미처리 뺑소니, ‘내가 간다 하와이’냐”

중앙일보

입력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5ㆍ18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에 관한 특별법’ 등의 처리가 무산된 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해외 시찰을 떠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뺑소니”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의원 해외시찰에 민주당 “무책임하다” #우원식 “연내 법안 통과 물 건너가, 묵과 못해” #김태년 “법안처리 지연 의도 있다고밖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14일 우원식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어제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5ㆍ18 진상규명법과 군 의문사 진상규명법 처리가 한국당의 반대로 무산되며 연내 법안 통과가 물 건너갔다”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생입법과 개혁 과제를 모조리 가로막을 심산이었다면 왜 임시국회 소집에 동의했는지 한국당에 묻고 싶다”며 “임시국회를 부패한 동료 의원 몇 명을 구하려고 방탄국회로 악용할 게 아니라면 입법에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위의 한국당 의원들은 전날 이들 법안을 처리하려면 먼저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며 법안 처리를 막았다. 그러나 민주당에 따르면 한국당 의원들의 요구대로 공청회를 열 경우 약 열흘 남은 12월 임시국회에선 이들 법안의 처리가 사실상 어렵다.

우 원내대표는 “이미 공청회를 생략하기로 여야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공청회 핑계를 대는 것은 법안 발목잡기,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며 “한국당은 (5ㆍ18과 군 의문사에 대한) 진상규명 의지는 있는지, 피해자와 유족의 한 맺힌 절규가 들리는지 진심으로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공청회를 하자며 법안 처리를 무산시켜놓고 한국당 소속 위원장과 위원들은 무책임하게 해외시찰을 떠났다”며 “해외시찰을 잡고 공청회를 고집하는 것은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과거사 문제 해결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완전한 과거사 청산을 위한 사회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두 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안' 의결에 실패한 뒤 본청 내 한 상임위 소회의실에서 국방위 회의를 지켜보며 대기중이던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을 찾아 유감의 뜻을 전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안' 의결에 실패한 뒤 본청 내 한 상임위 소회의실에서 국방위 회의를 지켜보며 대기중이던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을 찾아 유감의 뜻을 전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국방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5ㆍ18 특별법과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 특별법을 심의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의결을 보류했다. 한국당은 이들 법안의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새로운 법안을 만드는 제정법이라 국회법 제58조에 따라 공청회를 연 뒤 전체회의에서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일부 한국당 의원들이 13일부터 오는 20일까지 미국 하와이의 태평양사령부와 일본의 유엔사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출국하자 여당이 반발한 것이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방위가 전례 없이 소위원회의 합의를 묵살하며 공청회 일자조차 잡지 않는 부분은 납득할 수 없다”며 “어제 국방위원장과 한국당 소속 의원, 무소속 의원 4명이 해외로 떠났는데 이는 야반도주고, 법안 방해 줄행랑이고, 법안 미처리 뺑소니라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로 선출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각 상임위에서 발생하고 있는 법안 처리 고의 지연과 방해에 대해 정상화 대책을 이제는 수립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한국당을 향해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네가 가라 하와이’가 아니라 ‘하와이, 내가 간다’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며 “공청회가 필요했다면 외교일정을 취소하고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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