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기업 이윤 사회환원' 창업자 유지 받들어 14년째 전남 나주 보육원 등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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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금융그룹 이어룡 회장(가운데)은 14년째 매년 나주를 찾아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화영아원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대신금융그룹]

대신금융그룹 이어룡 회장(가운데)은 14년째 매년 나주를 찾아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화영아원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대신금융그룹]

대신금융그룹 이어룡 회장 집무실에는 눈에 띄는 물건이 하나 있다. 지난해 말 새롭게 단장한 집무실에는 다소 안 어울리는 듯한 물건이다. 바로 낡은 소파다. 이 소파는 명동으로 회사가 이전하면서도 이 회장 집무실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이 낡은 소파는 고(故) 양재봉 창업자가 쓰던 물건이다.

대신금융그룹

이 회장은 이 소파를 사용하면서 창업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이 회장의 창업자에 대한 존경심은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경영 전반에 창업자의 유지를 받들어 실천하는 철학이 묻어 있다.

14년째 매년 이어오는 나주 방문도 그중 하나다. 양재봉 창업자는 생전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 유지를 받들고자 매년 나주를 찾아 사랑의 성금을 전달한다. 이 회장은 올해도 양재봉 창업자의 기일을 앞두고 나주를 찾았다.

이 회장은 나주에서 계산원·백민원·이화영아원 등 지체장애인 보육시설과 영유아 보육시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여덟 곳을 직접 방문해 성금을 전달했다. 대신금융그룹 관계자는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인연을 이어오며 이 회장과 나주 사회복지시설 식구들 간의 정도 깊어졌다. 2004년 첫 방문 때만 해도 서로 낯선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가족처럼 친근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고 전했다. 14년째 방문하다 보니 성산원·수산원에서 생활하는 지체장애인들의 남자친구와 여자친구 안부를 물을 정도로 친밀한 사이가 됐다.

올해 이 회장은 지난해 함께 찍은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방문하는 곳마다 선물했다. 액자를 선물하며 지난해 이맘때의 서로의 모습을 회상하고, 내년에도 올해의 모습을 액자에 담아 꼭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런 이 회장의 마음이 통했는지 수산원에서는 지체장애인들을 비롯한 모든 식구들이 은행나무 아래 모여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 회장의 나주 사랑만큼이나 나주 사회복지시설 식구들의 이 회장과 대신금융그룹 사랑도 남다르다. 이화영아원 임직원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대신증권 나주지점을 방문해 계좌를 개설하고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했다. 백민원과 금성원 아이들은 매년 감사의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직접 써서 이 회장에게 선물한다. 이들이 보내준 편지는 대신금융그룹 사옥에 전시된다. 올해도 대신파이낸스센터 5층은 나주 지역 아이들의 편지로 채워졌다.

이 회장은 “나주는 존경하는 창업자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내게도 고향만큼의 의미와 인연이 있는 곳이 됐다”면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과 희망을 품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승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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