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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3대가100년째 가업, 당진 신평막걸리 양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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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부터 3대째(84년) 가업 이어오는 장인기업 #2009년 연잎막걸리 청와대 건배주 선정 이후 유명 #3대 대표인 김동교씨 서울 강남에 막걸리 카페열어 #먹걸리 유리병에 담아 팔고, 100%당진 고급 쌀만 사용 #연간 1만명이 찾아 막걸리 빚기 체험하고 양조장 구경 #막걸리 인기 시들하지만 연간 8억 매출 올리며 인기누려

충남 당진시 신평양조장에서 지난 7일 막걸리만들기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신평양조장 김동교(44 ·왼쪽 )대표가 막걸리 제조법과 술의 역사 등을 강의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당진시 신평양조장에서 지난 7일 막걸리만들기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신평양조장 김동교(44 ·왼쪽 )대표가 막걸리 제조법과 술의 역사 등을 강의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8일 오전 충남 당진시 신평면 금천리 신평양조장. 관광버스에서 20여명이 내려 양조장내 백련양조문화원으로 향했다.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 임직원들이 막걸리 만들기 체험을 하기 위해 찾았다. 백련양조문화원은 2015년 3월 문을 연 전통주 체험시설이다. 신평양조장측이 2억4000만원을 들여 346㎡규모로 만들었다. 막걸리 빚기와 원주 거르기, 누룩전, 쿠키만들기 등 여러 체험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

 전시실에서 김동교(44) 양조장 대표의 술의 역사와 제조 과정에 대한 강의가 시작됐다. 주제는 ‘술 빚는 장인의 100년(3대) 술 이야기’이다. 김 대표는 “인류의 역사와 술의 역사는 거의 같다. 술은 문화이자 역사이다. 술의 원료는 대부분 그 지역 주식”이라고 말했다.

신평양조장에서 체험관광객들이 플라스틱 통에 고두밥과 누룩 등을 담은 뒤 막걸리를 시음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평양조장에서 체험관광객들이 플라스틱 통에 고두밥과 누룩 등을 담은 뒤 막걸리를 시음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어 술 빚기 체험이 시작됐다. 체험객들은 양조장에서 만든 뜨끈뜨끈한 고두밥(알갱이가 꼬들꼬들한 된밥)을 테이블 위에 놓고 주걱으로 펼쳐 식혔다. 이들은 25도 정도로 식은 고두밥을 600g씩 퍼서 2L들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았다. 여기에 다시 누룩과 물 등을 넣었다. 이 용기는 체험객이 각자 가져갈 수 있으며, 일주일 정도 숙성하면 막걸리 원주(原酒)가 된다. 이런 체험활동비는 1인당 2만5000원이다.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한 이진석(49·경기 과천시)씨는 “막걸리 양조장을 찾아 술의 역사를 배우고 막걸리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게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신평양조장 김문교 대표(앞줄 오른쪽)과 부친 김용세(앞줄 왼쪽)씨와 체험객들이 백련막걸리를 들고 환하게 웃고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평양조장 김문교 대표(앞줄 오른쪽)과 부친 김용세(앞줄 왼쪽)씨와 체험객들이 백련막걸리를 들고 환하게 웃고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평양조장은 ‘찾아오는 막걸리 양조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 1만1100여 명이었다. 올해도 이미 1만여명을 넘어섰다. 수도권 등 전국 각지에서 찾는다. 대부분 막걸리를 사거나 백련양조문화원 등을 구경하는 사람이다. 이 가운데 2000여명은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막걸리를 직접 만들고 술의 역사 등에 대한 특강을 듣는다.
신평양조장은 1933년 설립돼 올해로 84년째 이어지고 있다. 김동교 대표의 할아버지인 김순식(1988년 작고) 씨가 시작해 부친 김용세(75)씨에 이어 3대째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서울의 사립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다가 2009년 가업을 잇기 위해 낙향했다. 김 대표는 “당시 막걸리 붐이 일었고, 이에 전통주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과감히 직장생활을 접었다”고 말했다.

초창기 신평양조장 모습. 신평 양조장은 올해로 84년째 맥을 잇고 있다. [사진 신평양조장]

초창기 신평양조장 모습. 신평 양조장은 올해로 84년째 맥을 잇고 있다. [사진 신평양조장]

신평(新平)은 말 그대로 ‘새로 생겨난 평야’로, 토지가 비옥해 품질 좋은 쌀이 나기로 유명한 곡창지대다. 금천리는 물이 풍부해 햇볕에 금빛처럼 반짝인다는 뜻이 있다. 김 대표는 “지명으로 볼 때도 이곳은 술 빚기에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양조장 고택 안에는 창업 당시 김순식 할아버지가 썼던 커다란 항아리 40~50개가 남아 있다. 여기저기 깨진 부분을 철심으로 꿰매고 붙인 술항아리는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신평양조장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대표 브랜드인 백련막걸리가 2009년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백련막걸리는 김동교 대표의 부친 김용세씨가 몇 년간 연구해 만든 술이다. 김용세씨는 사찰에서 연잎으로 스님들이 차를 우려내서 마시는 것을 보고 착안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연꽃잎은 해독작용과 이뇨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연잎 향이 막걸리의 텁텁함을 잡아줘 뒷맛이 깔끔해 여성이나 외국인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술의 원료인 연꽃잎은 전남 함평 등지에서 구해 사용한다.

신평양조장 김용세씨와 그의 아들 김동교(뒤)가 양조장 창업 당시인 1933년부터 쓴 항아리를 보고 있다. 이 항아리는 50년전 깨진 것을 땜질해서 사용중이다. 양조장에는 창업 당시부터 사용중인 항아리가 40여개 남아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평양조장 김용세씨와 그의 아들 김동교(뒤)가 양조장 창업 당시인 1933년부터 쓴 항아리를 보고 있다. 이 항아리는 50년전 깨진 것을 땜질해서 사용중이다. 양조장에는 창업 당시부터 사용중인 항아리가 40여개 남아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부친이 신제품을 개발하자 아들인 김동교 대표는 마케팅에 주력했다.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도록 막걸리 용기를 플라스틱에서 유리로 바꾸고, 로고를 비롯한 패키지 디자인을 새로 꾸몄다. 김 대표는 “나이든 사람이 마시는 술로 알려진 막걸리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층이 선호하는 주류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신평양조장이 만드는 막걸리는 네 가지다. 페트병에 담은 대중적인 가격의 백련막걸리 ‘스노우’와 유리병에 담긴 ‘미스티’ 생막걸리와 살균 막걸리, 최고급 해나루쌀을 사용해 만든 ‘백련맑은술’이다. 상당수 양조장이 막걸리를 만들 때 kg당 800〜1000원대의 수입 쌀이나 정부미를 쓰는 반면, 신평양조장은 당진 쌀만 사용한다. 백련맑은술은 해나루쌀만 쓰는데 kg당 2000원이 넘는다. 게다가 유리병은 페트병보다 원가가 3배나 비싸다.
김 대표는 양조장 사업에 뛰어들고 1년 동안 직접 막걸리 제품을 납품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또 전통주 교육기관에 다니며 전통주 제조 기본 지식을 쌓았다.

신평양조장에서 직원들이 고두밥을 삽으로 퍼담고 있다. 신평양조장 백련막걸리는 100% 당진쌀로만 만든다. [사진 신평양조장]

신평양조장에서 직원들이 고두밥을 삽으로 퍼담고 있다. 신평양조장 백련막걸리는 100% 당진쌀로만 만든다. [사진 신평양조장]

김 대표는 2011년 서울 강남역 부근에 막걸리 전문점 2곳을 열었다. 김 대표는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트렌드를 분석하고 신제품 개발을 위한 콘셉트를 잡았던 일을 했기 때문에 서울 진출에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막걸리 전문점 오픈 이후 양조장 연 매출은 3억원대에서 강남역 막걸리 전문점 판매 수익까지 합해 연간 25억원을 넘었다.

백련막걸리는 2012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살균막걸리’ 부문 대상, 2013년 런던주류품평회 브론즈 메달, 2013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약주’ 부문 장려상 등을 수상했다. 또 2014년에는 ‘백련맑은술’이 대기업 사장단 만찬주로 선정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신평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 제품. 막걸리를 유리병에 담아 파는 게 특징가운데 하나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평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 제품. 막걸리를 유리병에 담아 파는 게 특징가운데 하나다. 프리랜서 김성태

2015년에는 백련양조문화원을 열고 체험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하고 있다. 체험프로그램 신청은 홈페이지(hhttp://koreansul.co.kr)나 전화(041-363-9063)로 하면 된다.
김 대표는 “전통주도 마케팅 전략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다양하게 바꾸고 제품 수준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앞으로 당진지역 쌀을 원료로 하는 쌀카스테라 등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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