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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70세 이상 44%가 앓는 '이 병' 사망률 11배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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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임승길 교수의 건강 비타민 

노년 건강을 좌우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대사 증후군과 거동 장애 증후군이다. 대사 증후군은 ▶복부비만(허리둘레 남성 90㎝, 여성 80㎝ 이상) ▶고중성지방혈증(중성지방 150㎎/dL 이상) ▶낮은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남성 40㎎/dL, 여성 50㎎/dL 미만) ▶높은 공복 혈당(100㎎/dL 이상) ▶높은 혈압(130/85㎜Hg 이상) 중 세 가지 이상 해당할 때를 말한다. 예전에는 이들 질환을 각각 진단하고 치료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질병군으로 본다. 이들은 모두 대사 질환으로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이 있다.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할 때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근육·뼈 부실하고 비만이면 많아 #3~4년 전부터 새 질병으로 주목 #골밀도 낮은 고령 여성에게 흔해 #계속 운동하고 단백질 섭취해야

대사 증후군은 혈관 내 염증 반응을 일으켜 동맥경화를 유발한다. 방치하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커진다. 대사 증후군을 잘 관리하면 건강할 수 있지만 노인에게서 예외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왜 그럴까.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거동 기능을 간과해서다. 거동이 불편하면 운동량이 줄어 근력과 관절에 이상이 생기기 쉽다. 주로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어 노화 진행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 노인이 자유롭게 거동할 수 있느냐는 근육의 양과 강도, 뼈의 강도, 비만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된다.

예전에는 이런 뼈·근육 질환과 비만이 노인 건강에 따로따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거동 장애 증후군’이란 새로운 주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노인의 뼈·근육·지방 문제를 하나의 질병군으로 보자는 것이다.

1초에 1m 이상 걸어야

한 70대 골다공증 환자가 2m를 걷는 데 8초17이 걸렸다. 걷는 속도가 느리고 골다공증이 있으면 꾸준히 운동하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한 70대 골다공증 환자가 2m를 걷는 데 8초17이 걸렸다. 걷는 속도가 느리고 골다공증이 있으면 꾸준히 운동하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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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위스콘신대 공동 연구팀이 2013년 국제 골다공증학회지에 처음 소개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거동 장애 증후군 연구가 활발하다. 전문가들은 ▶6m를 걷는 데 6초 이상 걸릴 때(걷는 속도가 1초당 1m 이하일 때) ▶근육의 무게값(키의 제곱으로 근육량을 나눈 값)이 남성 7.26 이하, 여성 5.45 이하일 때 ▶악력이 남성 30㎏, 여성 20㎏ 이하일 때 ▶지방 지수가 남성 30% 이상, 여성 40% 이상일 때 ▶골다공증(T 스코어 -2.5 이하)일 때 ▶균형감각에 문제가 있을 때 이 중 3개 이상에 해당하면 거동 장애 증후군, 1~2개면 전 단계로 판단한다.

진료 현장에서는 거동 장애 증후군을 진단하고 치료에 활용한다. 윤모(68·여·서울 동작구)씨는 2년 전 뼈가 부러져 동네병원에 갔다. 병원에서는 골다공증을 의심했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치료받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윤씨는 다리에 점점 힘이 빠지고 걷기 힘들어졌다. 석 달 전에는 집 안에서 두 번 넘어졌다. 대학병원에서 골밀도 검사를 한 결과 T 스코어가 -3.0으로 골다공증(T 스코어 -2.5 이하)이었다. 의사는 윤씨의 건강 악화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해 추가 검사를 했다. 근력(악력)과 걷는 속도, 근육량을 재고 비만 여부(체질량지수)를 따졌다. 검사 결과 윤씨는 6m를 걷는 데 10초가 걸렸다. 악력은 14㎏으로 약했고 체질량지수는 26㎏/㎡로 비만이었다. 근육 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은 4.7㎏/㎡였다. 의사는 “윤씨는 거동 장애 증후군을 판단하는 기준 6개에 모두 해당한다”며 “건강 악화를 막으려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연구팀이 50세 이상 성인 2975명을 분석한 결과(2015)에 따르면 거동 장애 증후군을 앓는 사람의 비율이 50~69세는 13.9%, 70세 이상은 44.2%였다. 거동 장애 증후군이 중요한 이유는 사망률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온라인)에 발표된 대만 국립양밍대 리웨이주 교수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거동 장애 증후군이 심할수록 사망 위험이 컸다.

연구팀이 노인 1757명을 2년여간 분석했더니 거동 장애 증후군 전 단계 환자의 사망률이 건강한 사람에 비해 8.7배, 거동 장애 증후군 환자는 11.3배 높았다. 연구에서 거동 장애 증후군 환자는 ▶나이가 많고 ▶여성이며 ▶비만하고 ▶근육량이 적고 ▶골밀도가 낮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리 교수는 “거동 장애 증후군은 뼈·근육·지방 등 몸의 구성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라며 “노인의 건강 상태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100가지 보약보다 운동이 최고

거동 장애 증후군 판단 기준

거동 장애 증후군 판단 기준

거동 장애 증후군을 예방할 수는 없을까. 최모(69·여·서울 강서구)씨는 3년 전 병원에서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칼슘·비타민D 보충제를 먹고 걷기·탁구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라고 조언했다. 최씨는 보충제를 꾸준히 먹었지만 운동은 제대로 안 했다. 그러다 지난 8월부터 몸에 힘이 점점 빠지는 걸 느꼈다. ‘여름이라 그렇겠지’ 생각하고 넘겼으나 겨울이 되자 더 기운이 없고 처졌다. 최씨는 병원을 다시 찾아 검사한 결과 거동 장애 증후군이란 얘기를 들었다. 최씨는 6m를 걷는 데 12초 걸렸다. 근육 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은 3.6㎏/㎡, 악력은 8㎏에 불과했다. 다만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를 꾸준히 먹어 골밀도(T 스코어) 수치는 -1이 나왔다. 의사는 “지금이라도 단백질 위주로 먹고 산책을 꾸준히 하라”고 조언했다.

거동 장애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걷기·뛰기·자전거 타기·에어로빅·맨손 체조 등 운동이라면 종목과 상관없이 도움이 된다. 운동과 함께 몸을 자주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자주 외출하기, 빨리 걷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오르기 등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좋다. 적절한 영양 섭취도 빼놓을 수 없다. 70세 이상 노인은 영양 섭취가 부족하면 근육량과 뼈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비만하지 않도록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단백질 섭취는 늘린다. ㎏(체중)당 하루 1g의 단백질을 먹는 게 좋다.

자유롭게 거동하기 위해서는 근육의 양과 강도, 뼈 건강, 체중, 균형 감각이 고루 발달해야 한다. 어느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데다 무리하면 낙상할 위험이 증가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낮이 길고 햇빛이 좋다. 활동량이 늘어나 거동 장애 증후군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겨울은 춥고 낮이 짧아 활동량이 크게 준다. 운동량이 부족해 거동 장애 증후군으로 악화하기 쉽다. 대사 증후군과 거동 장애 증후군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비법은 보약이나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이 결코 아니다. 바로 운동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닭가슴살·두부·콩 먹고 스쿼트, 하루 10번씩 세 차례 하면 효과

거동 장애 증후군 환자는 근육량이 적고 비만하다는 특징이 있다. 근육량과 근력이 부족하고 비만한 노인은 운동·균형 감각이 떨어져 다치기 쉽다. 근육량을 높이고 비만 관리에 도움이 되는 식습관과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 닭가슴살·두부·콩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고단백질 식품이다. 살찔 부담이 적은 데다 근육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한겨울에는 야외 운동을 하기 힘들다. 이때는 집 안에서 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스쿼트 운동이 좋다. 하루에 10번씩 세 차례 이상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임승길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교수, 대한골다공증학회 명예회장, 대한내분비학회 이사장

임승길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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