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영어] preferable 해석을 둘러싼 논란
-“내 말을 잘못 전해 할 말을 잃었다.”
1994년부터 3년간 미국 국방부 장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가 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의 일부다. 그러면서 언론사까지 적시했다.
- “코리아 헤럴드, 영문 조선일보, 연합뉴스가 내 말을 잘못 전해 할 말을 잃었다(I am dismayed at the misrepresentation of my views by @YonhapNews @EnglishChosun and @TheKoreaHerald). 나는 한국이나 일본의 핵무장을 지지하지 않는다. 아래는 정확한 이해를 위한 내 발언본이다. 해당 언론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한다.”
페리 전 장관의 항의성 트윗은 500번 넘게 리트윗됐다. 결국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를 했다.
문제의 발단은 연합뉴스가 지난 6일 오전 보도한 ‘페리 전 美국방 “北, 실전형 ICBM 보유 때까지 시험발사 안 멈출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이 기사에서 연합뉴스는 페리 전 장관이 지난 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국 또는 일본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이들 나라가 독립적인 핵전력을 갖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또 이에 대해 “전직 국방부 장관이긴 하지만 미국 내에서 한국의 핵무기 보유를 옹호하는 언급이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전직 미 국방부 장관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지지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그러자 페리 전 장관은 워싱턴 세미나에서 했던 자신의 실제 발언을 공개했다.
“I want to be very clear, I do not think it is either desirable or necessary to deploy [U.S.] nuclear weapons in South Korea or in Japan. I do think, however, [that deploying U.S. nuclear weapons in South Korea or Japan] is preferable to those countries getting an independent nuclear force.”
한국어론 이 정도쯤 된다. “분명히 말하고 싶다. 한국이나 일본에 미국의 핵전력을 배치하는 것은 필요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에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이 이 나라들(한국·일본)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갖게 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페리 전 장관은 오역의 이유가 된 생략된 자신의 발언을 [ ] 부호를 써서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5일 세미나에서의 원래 발언은 “I do think, however, is preferable to those countries getting an independent nuclear force”였다. 이 문장을 있는 그대로 직역하면 '나는 그러나 그 나라들이 독자적인 핵무기를 갖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다. preferable의 대상이 생략된 형태다.
prefer A to B라는 구문은 'A를 B보다 선호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전치사 to 다음에 나오는 구절은 선호하지 않는 대상이다. 형용사 형태인 preferable로 쓸 때도 to 다음에 오는 단어나 구문을 덜 선호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페리 전 장관은 preferable to those countries getting an independent nuclear force 이라는 말을 써서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인 핵무기를 갖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말한 것이다.
단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즉 무엇이 독자적인 핵무기를 갖는 것보다 나은지는 바로 앞에 나온 문장 ‘나는 명확하게 말하고 싶다. 나는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I want to be very clear, I do not think it is either desirable or necessary to deploy nuclear weapons in South Korea or in Japan)’에서 유추해야 한다. 즉 preferable의 대상은 한국이나 일본에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 ‘to deploy nuclear weapons in South Korea or in Japan’이다.
페리 전 장관이 자신의 트위트에 [ ] 부호를 써서 강조한 것도 이 내용이다.
- I want to be very clear, I do not think it is either desirable or necessary to deploy [U.S.] nuclear weapons in South Korea or in Japan. I do think, however, [that deploying U.S. nuclear weapons in South Korea or Japan] is preferable to those countries getting an independent nuclear force.
만약 ‘it is preferable that… ’이라는 문장이었다면 that 이하 문장을 더 선호한다는 뜻이 되니 제대로 된 해석이었겠지만, 이번 경우는 아니었다.
강진규 기자kang.jink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