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 대사에 빅터 차 내정, 북핵 위기 정면 돌파하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우리는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주한 미국 대사로 내정된 것을 환영한다. 차 내정자가 미 대사로 임명되려면 의회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11개월 동안이나 비어 있던 미 대사 자리가 채워지게 된다. 북핵 위기로 어느 때보다 긴밀한 한·미 소통이 필요한 시기에 주요 대화 채널 중 하나가 간신히 복원되는 것이다. 각별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가 해박한 한반도 전문가라는 점도 북핵 해결에 큰 자산이다. 차 내정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인 2004년 12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일한 이래 줄곧 한반도 문제를 다뤄 왔다. 김정은 정권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최고의 적임자가 온다고 할 수 있다.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그는 성 김(현 필리핀 대사) 이후 두 번째 한국계 미 대사가 된다. 물론 그의 몸속엔 한국인 피가 흐르지만 그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 대사다. 그러나 한국으로선 한국계에 친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차 내정자가 한·미를 결속시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대목이다. 우려되는 대목은 그가 상대적으로 대북 강경책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차 내정자는 세컨더리 보이콧,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해야 북핵 문제가 풀린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가 이런 소신을 펼친다면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을 원하는 우리 정부와 마찰을 빚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차 내정자는 다른 의견도 경청할 줄 아는 합리적 성품으로 알려져 있다. 진지한 토론을 통해 얼마든지 슬기로운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도 차 내정자가 하루빨리 한국에 부임해 안착할 수 있게 도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소원해진 한·미 관계를 개선하는 지름길 중 하나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