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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디지털 기술로 찾는 한층 더 나아진 삶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말라위 정부와 유니세프는 드론을 이용해 HIV 바이러스 검사에 쓰일 혈액 샘플을 수송할 계획이다. 이는 최대 8주까지 걸리는 검사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 UNICEF/UN070538/Brown

말라위 정부와 유니세프는 드론을 이용해 HIV 바이러스 검사에 쓰일 혈액 샘플을 수송할 계획이다. 이는 최대 8주까지 걸리는 검사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 UNICEF/UN070538/Brown

얼마 전 전라도의 작은 섬 득량도 앞바다엔 드론 집배원이 떴습니다. 중국에선 인공지능 로봇이 의사 자격 시험에 높은 점수로 합격해 화제가 됐죠. 이처럼 현재 기술이 손 뻗친 영역은 그 끝을 헤아리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하나가 더 있어요. 기술은 어려움에 빠진 이웃들의 생명도 살립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을 돕는 UN 산하 아동구호기관인 유니세프(UNICEF)에서 기술의 역할이 바로 그렇대요. 대체 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일까요. 또 그 기술들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삶을 행복하게 할까요.
글=이연경 기자 lee.yeongyeong@joongang.co.kr
사진 제공=유니세프 한국위원
도움말=타냐 아콘(Tanya Accone) 유니세프 이노베이션 수석 고문

유니세프에 따르면 2015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국가들에서 약 590만 명의 5세 미만 어린이가 사망했습니다. 사망 원인은 폐렴, 설사병 등입니다. 위생·보건 시스템이 잘 발달한 한국에서 어린이들이 이런 병에 걸렸다면 몇 가지 치료로 금세 나을 수 있었겠죠. 하지만 의료 서비스도, 구호 인력도 제때 제공받기 힘든 이 나라 어린이들에겐 무서운 질병들입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유니세프가 내놓은 답은 '디지털 기술'입니다. 2015년 유니세프 뉴욕 본부에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GIC)'가 새롭게 생겼습니다. 소중과 인터뷰한 타냐 아콘 유니세프 이노베이션 수석 고문에 따르면 이곳은 "인간 중심의 디자인과 기술, 변화 관리 및 국제 개발에 대한 이해를 가진 전문가들의 공간"이래요. 기술로 어려움에 처한 나라들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곳의 설립 목표죠. 각국의 정부·기업·대학·시민사회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지역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개발한다고 합니다. 그럼 유니세프와 파트너가 함께 만든 혁신 기술들엔 뭐가 있는지 살펴볼까요?

1. IoGT와 RapidPro로 얻는 무료 온라인 정보들
올해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급률은 89.6%에 이릅니다. 그런데 가난한 나라들의 인터넷 보급률은 20%도 채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인터넷이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타냐 수석 고문은 두 가지를 말합니다. "어려운 이웃들의 소식을 받아볼 수가 없죠. 이는 그들이 우리에게서 쉽게 잊혀질 수 있음을 의미해요. 또한 인터넷은 갖가지 데이터의 저장소에요. 우리는 이들 데이터를 분석해 현지에 필요한 물자나 약 등이 뭔지 알아내죠. 하지만 인터넷 없인 이런 정보들을 얻을 수 없어요."
유니세프가 고안한 기술은 두 가지입니다. 'IoGT(Internet of Good Thing)'와 'RapidPro'죠. IoGT는 무료 모바일 인터넷과 웹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 및 응용 프로그램입니다. 성능이 낮은 기기로도 이용할 수 있단 게 특징이죠. 실제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10만 명 이상의 부모들이 IoGT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 육아 정보를 검색한답니다. 이것이 없었다면 엄청나게 비싼 데이터 비용을 치러야 했을 텐데요. RapidPro는 SMS 보고 플랫폼입니다.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보급품·의약품 등을 잘 전달 받았는지, 자신의 건강 상태는 어떤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보건 당국에 알리죠. 이것의 효과를 잘 드러내는 게 인도네시아 어린이 아크샨(Akhsan)의 사례죠. 어느 날, 인도네시아 보건 당국은 아크샨의 26가지 건강 지표 중 일부가 매우 나쁜 것을 알게 됐습니다. RapidPro로 실시간 보고받은 덕분이죠. 곧바로 담당 공무원이 아크샨의 집에 파견됐고, 아크샨이 홍역과 풍진에 걸린 것도 알게 됐어요. 하지만 재빠른 치료로 곧 나을 수 있었답니다.

IoGT와 RapidPro는 저성능 휴대전화로도 쓸 수 있다. ⓒ UNICEF

IoGT와 RapidPro는 저성능 휴대전화로도 쓸 수 있다. ⓒ UNICEF

건강 상태·의약품 수령 여부 등을 알릴 수 있는 SMS 보고 플랫폼 RapidPro. ⓒ UNICEF/UNI173456/Schermbrucke

건강 상태·의약품 수령 여부 등을 알릴 수 있는 SMS 보고 플랫폼 RapidPro. ⓒ UNICEF/UNI173456/Schermbrucke

2. 저개발 지역의 SNS, 유리포트
'유리포트(U-Report)'는 39개국 4백만 명에 달하는 시민 기자단인 유리포터들이 전해온 소식을 취합해 정리한 공간입니다. 유리포터들은 휴대전화 SMS 메시지와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이용해 자기 나라의 소식들을 유니세프에 전하죠. 타냐 수석 고문은 '유리포트(U-Report)'를 "전 세계 젊은이들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도구"라고 설명해요. 실제로 2014년 9월 유니세프는 라이베리아 유리포터들에게 '교사에 의한 성 학대가 당신의 지역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는 메시지를 보냈죠. 총 1만 3000여 명의 응답자 중 86%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충격적인 결과에 유니세프는 신고 절차를 안내하는 메시지와 함께 학대를 당한 학생들을 상담·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시작했대요. 지금은 지난 여름 일어난 산사태로 폐허가 된 시에라리온 사람들의 현재 삶, '빈곤 퇴치'를 주제로 토론한 스와질란드 청소년 의회 소식 등이 헤드라인으로 걸려있습니다. 또 홈페이지 하단을 보면 브라질·과테말라·시에라이온 등 나라별 홈페이지 배너도 확인할 수 있어요.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홈페이지에선 '현재 청년들의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설문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우간다 홈페이지에서는 유리포터들이 '청소년들이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밖에도 유리포트는 지난 8월, 아메리카 지역을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어마가 상륙했을 때 큰 역할을 했어요. 이 지역 유리포터들은 10분에 한 번씩 현지 상황과 어마에 관한 정보들을 유리포트의 SNS페이지에 올렸습니다. 덕분에 유니세프는 1시간에 한 번씩 이 정보들을 취합해 홍수·산사태 대비 방법 등 재난 대처에 꼭 필요한 정보들을 해당 지역의 사람들에게 전송할 수 있었죠.

유리포트는 브라질·부르키나 파소 등 전 세계 39개국 청년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다. 잠비아 청년들이 유리포트를 사용하고 있다. ⓒ UNICEF

유리포트는 브라질·부르키나 파소 등 전 세계 39개국 청년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다. 잠비아 청년들이 유리포트를 사용하고 있다. ⓒ UNICEF

3. 비포장도로 위를 달리는 드론
말라위는 아프리카 남동부 지역에 위치한 나라입니다. 이 나라의 골칫거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면역세포가 파괴되면서 인체 면역력이 저하되는 감염성 질환)의 확산이죠. 성에 대한 인식이 바르게 정착돼있지 않고 에이즈를 치료할 의료 시스템도 발달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현재 말라위 인구의 10%가 HIV 바이러스 보균자랍니다. 또 2014년 기준 약 4만 명의 어린이가 HIV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이는 엄마에게서 태어나고 있죠. HIV의 위험에 노출된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빠른 진단이 필요해요. 이게 가능하려면 아이의 혈액 샘플을 최대한 빨리 중앙 병원 연구소에 보내야 하죠. 그러나 현지 사람들이 감당하기 힘든 비싼 이동 비용과 열악한 도로 사정 때문에 검사 결과 통보까지 최대 8주나 소요된답니다. 그래서 말라위 정부와 유니세프는 하늘을 나는 '드론'을 활용하기로 결정했죠. 얼마 전 이뤄진 테스트 결과 드론은 지역 보건소에서 카마즈 중앙 병원 실험실까지 10㎞ 거리를 성공적으로 비행했답니다.

이 외에도 유니세프는 휴대전화를 활용한 식수 위생 모니터링 시스템, 모바일 출생신고 시스템 등 디지털 장치와 소프트웨어들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들 역시 오염된 물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잠비아 사람들,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38만 명의 탄자니아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죠.

ⓒ UNICEF/UN070530/Brown

ⓒ UNICEF/UN070530/Brown

단 50분 만에 에이즈 감염 여부 결과가 나오는 진단 키트. 아기의 혈액 표본이 들어간 카트리지를 현장에 설치된 분석 기기에 넣어 확인한다. ⓒ UNICEF

단 50분 만에 에이즈 감염 여부 결과가 나오는 진단 키트. 아기의 혈액 표본이 들어간 카트리지를 현장에 설치된 분석 기기에 넣어 확인한다. ⓒ UNIC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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