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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마다 안철수 발목 잡는 '안철수계' 잔혹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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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김대중(DJ) 전 대통령 비자금 제보 의혹으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제보자로 지목된 박주원 최고위원이 ‘안철수계’로 지목되면서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 창당 후 ‘안철수계’가 연루된 각종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6월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과 올해 6월 제보조작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9일 오후 전남 무안군 삼향읍 후광대로에 위치한 국민의당 전남도당 당사에 당원들과 간담회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9일 오후 전남 무안군 삼향읍 후광대로에 위치한 국민의당 전남도당 당사에 당원들과 간담회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핵심 측근 연루된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안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한 후 최초로 맞닥뜨린 ‘안철수계 리스크’는 지난해 6월 터진 당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이다.
국민의당 비례대표인 박선숙ㆍ김수민 의원이 선거 홍보비를 리베이트로 받는 수법으로 당 차원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결국 해당 사건은 1ㆍ2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이 지난해 7월 구속영장 기각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이 지난해 7월 구속영장 기각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의원은 국민의당 창당과정에서 사무총장을 맡는 등 안 대표의 핵심 측근을 꼽을 때 빠지지 않았던 인사였다. 꼼꼼한 일 처리 등으로 안 대표의 신뢰가 두터웠다. 김 의원은 청년 몫으로 비례 7번을 받았지만, 당초 안 대표가 염두에 둔 후보는 아니었다. 기존 영입을 추진하던 인사들이 줄줄이 고사하자, 비례대표 공천 발표 당일 새벽 공천이 최종 확정됐다고 한다.

시점도 묘했다.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38석을 얻으며 3당 돌풍을 일으켰다. 국회 원 구성 협상에 거대 양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조율하며 실익과 명분을 모두 챙겼다. 하지만 리베이트 사건이 터지며 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했다. 핵심 측근이 연루되며 안 대표의 ‘새 정치’ 이미지가 타격을 받으면서다. 안 대표는 결국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라며 대표직을 내려놓게 됐다.

안 대표는 올해 1월 두 의원이 무죄를 받자 “정권 차원의 안철수와 국민의당 죽이기라는 것이 증명된 판결”이라며 “지금 현재 세간에 우병우의 기획 작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미 국민의당 당원과 이준서 전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유미 국민의당 당원과 이준서 전 최고위원. [연합뉴스]

②영입 1호 인사와 대학원 제자 연루된 ‘제보 조작’ 사건=안 대표는 리베이트 사건 1년 후 ‘제보조작’ 사건으로 다시 곤욕을 치른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제보를 조작한 혐의(허위 사실 공표)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과 당원인 이유미 씨가 구속되면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1월 국민의당 창당을 준비하던 안 대표가 영입한 1호 인사다. 당시 안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천하의 인재가 다 모이는 국민의당을 만들겠다”고 직접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이 전 최고위원은 청년 몫 최고위원직을 맡게 된다. 친환경 그린디자인 전문기업을 운영하는 청년 벤처 CEO의 상징성 등을 높게 평가받으면서다.

이 씨는 2011년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재학하며 안 전 대표를 알게 됐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안 전 대표의 선거캠프(진심캠프) 상황실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 씨는 또 안 후보가 각계각층의 1만여명을 모아 만든 ‘온 국민 멘토단’의 워킹맘 대표로 활동했다. 제자에 선거캠프 출신인 만큼 안 전 대표와 직접 통하는 ‘측근’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씨는 안 대표의 측근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대선 기간에도 다시 캠프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당시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측근은 분명히 아니다”며 “진심캠프 때 여러 문제로 인해 이후 안 전 대표 옆에 가까이 갈 수 없었던 거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주원 최고위원이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200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제보자가 박 최고위원이었다는 내용의 보도가 전해져 논란이 일자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박주원 최고위원이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200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제보자가 박 최고위원이었다는 내용의 보도가 전해져 논란이 일자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박주원 최고위원은 안철수계일까=박 최고위원은 지난 8월 전당대회 때 최고위원 중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이를 놓고 “‘안심(安心)’이 실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당대회 때만큼 안철수계가 아니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박 최고위원은 사실 전당대회 초반에는 안 대표보다는 천정배 대표 등 다른 대표 후보 쪽에 서 있는 최고위원 후보로 분류하는 시각이 많았다”며 “전당대회 당시 최고위원들 후보마다 각자 유리한 대로 안철수계다, 천정배계 등으로 셀프 홍보를 하고 다닌 것도 많았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추진하던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찬성 목소리를 내며 박 최고위원은 자연스레 안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됐다. 당시에도 안 대표 측에서는 “박 최고위원이 그래도 호남 중진에 맞서 목소리를 내줘 다행이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안 대표 측은 돌발 악재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최명길 전 의원은 8일 오후 페이스북에 “정말 구제 불능이다. 어찌해야 하는 건지요”라는 짤막한 글을 올렸다 삭제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대표가 2006년에 있었던 일을 어떻게 알았겠냐”며 “안 대표와의 관계 여부와는 상관없이 ‘국민의당=안철수’란 것 때문에 대부분의 악재는 다 안 대표에게 돌아오는데 스스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전남 목포에서 ‘김대중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다. 이후 오후에는 광주로 옮겨 기초단체장과 지역 의원들과 오찬간담회를 한 후 오후에는 연대와 통합을 주제로 토론회를 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전날 전남 무안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서 “큰 충격을 받았으며 당이 내릴 수 있는 가장 단호한 조처를 내리기로 했고 진실이 규명되는 대로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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