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해관계자에 물어봐서 구조조정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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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가 어제 열렸다. 지난해 6월부터 가동된 이 회의에는 경제 부총리와 금융위원장·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계 장관이 참석하며 공식적으로 정부의 구조조정 사령탑 역할을 한다. 새 정부 들어 7개월이 지나서야 이 회의가 열렸다는 데에서 이 정부가 생각하는 구조조정의 우선순위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추진 방향은 시장 중심 구조조정과 금융·산업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구조조정으로 요약된다. 시장 중심 구조조정은 자율협약·워크아웃 등 채권단 중심의 기존 구조조정 방식뿐만 아니라 자본시장과 회생법원까지 적극 활용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정책금융기관과 민간이 함께 1조원의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사들이기로 했다. 사모펀드(PEF)가 더 활발하게 구조조정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지원책도 마련됐다. 산업 측면을 강조하는 것은 재무적 관점에서 단순히 부실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산업 생태계와 미래지향적인 산업혁신 차원에서 구조조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금융 논리만 강조하다가 한국 대표 물류기업인 한진해운을 공중분해시켰다는 비판을 의식했다. 과거 국책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이 국민 부담만 키우고 부실기업 처리를 오히려 지연시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대책이 과거의 정책 실패를 일부 보완하는 측면은 있다.

하지만 산업 측면의 고려가 구조조정의 긴장감을 늦추는 핑곗거리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정부는 ‘주요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도 하겠다고 공언했다. 지역주민뿐만이 아니라 주주·채권단·노동자 모두 구조조정을 반기지 않는다. 정부는 중견 조선사 처리방침을 컨설팅을 받아보고 나중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혹여 민감한 결정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겠다는 시그널이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