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강도 인질 구한 영국 아홉 살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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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21일 5300만 파운드(약 897억원)가 털린 영국 켄트주 현금보관소 강도사건에서 인질로 붙잡혔던 아홉 살 소년의 영웅적인 행동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소년은 범인들이 도망간 뒤 함께 붙잡힌 인질들을 풀어주는 등 시종 침착하게 대응했다고 더 선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돈을 털린 보관소의 관리인인 콜린 딕슨의 아들 크레이그가 주인공이다.

소년은 아버지 콜린이 톤브리지 현금보관소를 나오다 납치당한 때와 거의 같은 시간에 집에서 어머니 린과 함께 다른 범인들에게 인질로 잡혔다. 현금보관소로 끌려온 소년은 철제 현금보관함에 갇혔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보관소 경비원 10여 명도 같은 신세였다. 인질들은 모두 수갑에 채워졌으나 다행히 소년은 손이 묶이지 않았다.

범인들이 거액의 현금을 털어 달아난 뒤 소년은 맨손으로 보관함의 틈을 비집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다른 보관함에 갇혀 있던 아버지에게 지시를 받은 크레이그는 숨어 있던 한 여직원에게 곧바로 달려갔다. 이 직원이 열쇠를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현금보관함을 차례차례 열어 안에 갇혀 있던 부모와 나머지 경비원들을 풀어줬다.

풀려난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용감한 소년'이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하게 행동했던 크레이그를 칭찬했다. 아버지 콜린은 범인들이 총부리를 들이대며 위협하는 순간에 귀엣말로 "겁먹지 마라. 저들이 갖고 있는 총은 진짜 총이 아니라 플라스틱 총이다"라며 아들을 안심시켰다고 동료인 앨런 토머스가 말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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