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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낸 정의화 “2014년 김기춘이 묻더라, 친박이냐 친이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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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탄핵 1주년에 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탄핵 1주년에 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오종택 기자]

“친박입니까, 친이입니까?”

국회의장 후보 경선 앞두고 만나 #“친대, 친대한민국이라고 답했다” #정계 은퇴, 부산서 본업인 의사 복귀

정의화(사진) 전 국회의장은 2014년 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들었던 말을 잊지 못한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장 후보를 뽑는 경선을 앞두고 청와대의 중립을 부탁하려고 만난 자리였다. 상대 후보로 친박계 황우여 의원이 나와 내심 불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이 노골적으로 ‘신분 확인’을 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는 “‘친박도 아니고, 친이도 아니고, 친대다. 친대한민국’이라고 답했다”고 회고했다.

대선 후 정치인생을 마무리하고 부산에서 본업인 의사(봉생의료원장)로 돌아간 정 전 의장을 최근 만났다.

지난달 회고록 『아름다운 복수』를 출간한 그는 “이젠 현실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며 말을 아꼈지만 보수정당의 ‘몰락’에 대해 묻자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정 전 의장은 “내가 사랑하고 아꼈던 그 정당이 맞나 싶다”며 “19대 국회 소위 ‘진박(眞朴)’들의 행태가 보수정당을 회생불능으로 끌고 갔다”고 안타까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면서 박근혜 정부와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다.
“2015년 12월 15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대통령 말씀을 전하겠다’며 찾아왔다. ‘경제활성화법, 노동법 등을 직권상정해 주지 않으면 선거법 통과도 없다’는 것이다. 바로 넉 달 뒤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게 말이나 되나. 내가 (현 수석의) 부산 정치 선배인데 예의도 안 지키고 거만한 자세로 앉아서 강압적으로 말하는 데 충격을 받았다. ‘이런 일이 언론에 알려지면 안 되겠다’ 싶어 쉬쉬했는데, 오히려 현 수석이 청와대 기자들에게 ‘국회의장 만나고 왔다’고 이야기했더라. 당시 소위 ‘진박(眞朴)’이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앞뒤를 못 가렸다.”
현 수석이 그럴 수 있었던 건 청와대의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었을까.
“청와대와 여당의 교감이 있었는데 그대로 안 따라주니까 반발심이 있었다. 한번은 조모 의원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왜 직권상정 안 하느냐’고 다그쳤다. 그래서 ‘국회선진화법을 만든 것이 여러분인데 이래도 되냐’고 화를 냈다. 그러니까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민의당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데 오보이길 바란다’고 말하더라.”
개헌은 어떤 방향으로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주장하는 방향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같은 이원집정부제다.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포함해야 한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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