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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관중 기립박수 20차례, 분데스리가는 웅장한 오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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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난달 22일 독일 도르트문트와 잉글랜드 토트넘의 유럽 챔피언스리그가 열린 도르트문트의 홈구장 지그날 이두나 파크. 관중들이 2만5000석의 남쪽 스탠딩석을 가득 메웠다. [박린 기자]

지난달 22일 독일 도르트문트와 잉글랜드 토트넘의 유럽 챔피언스리그가 열린 도르트문트의 홈구장 지그날 이두나 파크. 관중들이 2만5000석의 남쪽 스탠딩석을 가득 메웠다. [박린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독일.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이자 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최근 A매치 21경기 연속 무패(16승5무). 그야말로 가공할 만한 팀이다.

축구가 종교인 나라 독일 르포 #도르트문트로 가는 고속열차 #팬들 맥주 상자째 들고와 마셔 #1부서 최대 14부리그까지 승강제 #클로제 같은 목수출신 스타 가능 #순혈주의 버리고 다민족 대표팀 #정교해진 전차군단 21연속 무패

중앙일보 스포츠부 기자는 지난달 독일을 다녀왔다. 뮌헨·슈투트가르트·도르트문트·아우크스부르크 등을 거쳤다. 8박9일간 목격한 건 꾸준함과 준비성, 담대함, 도전정신이었다. 독일축구는 독일사회, 그리고 독일인을 똑 닮아 있었다.

지난달 18일 슈트트가르트와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경기가 열린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의 관중석 모습. [슈투트가르트=박린 기자]

지난달 18일 슈트트가르트와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경기가 열린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의 관중석 모습. [슈투트가르트=박린 기자]

독일인들에게 축구는 종교다. 주말은 축구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18일, 2017~18시즌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와 도르트문트의 경기가 열린 슈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를 방문했다. 경기장의 열기는 용광로 같았다. 전체 관중이 모두 일어서서 손뼉을 친 것만 20차례가 넘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 알리안츠 아레나의 VIP 라운지. [박린 기자]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 알리안츠 아레나의 VIP 라운지. [박린 기자]

다음날 뮌헨(11월 19일)의 알리안츠 아레나를 찾았다. 운 좋게 VIP 라운지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아우크스부르크의 경기를 관전했다. 경기 전부터 스테이크와 맥주가 무제한 제공됐다. 라운드 내 모니터에선 구단 자체 제작 방송이 흘러나왔다. 뮌헨의 3-0 완승으로 끝난 이날 경기는 한 편의 웅장한 오페라 같았다.

사흘 뒤(11월 22일) 도르트문트에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도르트문트-토트넘(잉글랜드)전이 열렸다. 하루 전인 21일 고속열차 이체에(ICE)를 타고 뮌헨에서 도르트문트로 이동했다.

객실 안은 노랑과 검정이 섞인 유니폼의 물결이었다. 맥주를 상자째 들고 탄 팬들은 기차에서부터 잔뜩 마셨다. 8만여 관중을 수용하는 도르트문트 지그날 이두나 파크 남쪽 2만5000여 스탠딩석은 홈 팬들로 넘실거렸다.

지난달 22일 도르트문트 지그날 이두나 파크의 믹스트존.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이 독일과 잉글랜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손흥민은 후반 31분 결승골을 터트려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레버쿠젠 시절을 포함해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10경기에서 8번째 골을 터트리면서 꿀벌 킬러, 양봉업자란 별명을 얻었다. 도르트문트는 노랑색과 검정색이 조화를 이룬 유니폼을 입어 꿀벌군단이라 불린다. 도르트문트=박린 기자

지난달 22일 도르트문트 지그날 이두나 파크의 믹스트존.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이 독일과 잉글랜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손흥민은 후반 31분 결승골을 터트려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레버쿠젠 시절을 포함해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10경기에서 8번째 골을 터트리면서 꿀벌 킬러, 양봉업자란 별명을 얻었다. 도르트문트는 노랑색과 검정색이 조화를 이룬 유니폼을 입어 꿀벌군단이라 불린다. 도르트문트=박린 기자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평균 관중은 4만명이 넘는다. 좌석 점유율도 80% 이상이다. 독일의 유명 축구선수는 한국의 아이돌 가수만큼이나 인기인이다. 독일 지하철을 타면 축구 국가대표 출신 루카스 포돌스키(32·비셀 고베)가 모델로 나오는 광고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바이에른 뮌헨 유스 아카데미인 FC 바이에른 캠퍼스. [뮌헨=박린 기자]

바이에른 뮌헨 유스 아카데미인 FC 바이에른 캠퍼스. [뮌헨=박린 기자]

도르트문트로 이동하기 전날(지난달 20일) 바이에른 뮌헨 유스 아카데미인 FC 바이에른 캠퍼스를 찾았다. 7000만 유로(905억원)를 투입한 이곳은 8면의 축구장을 갖췄다. 규모는 1군 훈련장의 4배다.

바이에른 뮌헨 스카우트 팀 루카 클로제는 “30m 단거리 트랙, 비치사커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고, 선수 5명에 1명씩의 가정교사를 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계약한 인천대건고 출신인 정우영(18)이 이곳에서 훈련 중이었다.

 FC 바이에른 캠퍼스는 30m 단거리 기록을 책정할 수 있는 트랙 등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뮌헨=박린 기자]

FC 바이에른 캠퍼스는 30m 단거리 기록을 책정할 수 있는 트랙 등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뮌헨=박린 기자]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경기장 잔디 업체인 ‘가르텐모제어’를 방문했다. 이 업체는 슈투트가르트, 바이에른 뮌헨, 아우크스부르크 홈구장의 잔디를 관리한다.

마티아스 렌츠 대표는 “우리는 천연잔디 사이사이에 인조잔디를 심는 하이브리드 잔디를 사용한다. 토양은 물론이고, 잔디 관리를 위해 보온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밟아본 아우크스부르크 홈구장 WWK 아레나의 잔디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곳곳이 파인 ‘논두렁 잔디’와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아우크스부르크 홈구장 WWK 아레나에는 최고급 하이브리드 잔디가 깔려있다. [아우크스부르크=박린 기자]

아우크스부르크 홈구장 WWK 아레나에는 최고급 하이브리드 잔디가 깔려있다. [아우크스부르크=박린 기자]

독일에선 조기축구팀 출신도 월드컵 득점왕이 될 수 있다. 독일 축구는 크게 1~4부 리그로 구성돼 있다. 지역에 따라선 14부 리그까지 하부리그가 운영되기도 한다. 디비전(부) 별 승강제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1933년부터 10차례를 바꿔 간 끝에 지금의 디비전 시스템이 완성됐다.

한때 목수로 일하면서 7부 리그 팀인 블라우바흐에서 뛰었던 미로슬라프 클로제(39·은퇴). 1999년 처음 1부 리그(카이저슬라우테른) 무대를 밟은 그는 결국 월드컵 최다골(16골) 보유자가 됐다.

분데스리가는 사령탑을 뽑을 때 나이를 보지 않는다. 능력이 있다면 유소년팀 지도자도 1군으로 과감하게 뽑는다. 30대 초반인 율리안 나겔스만(30) 호펜하임 감독, 도메니코 테데스코(32) 샬케 감독 등은 그런 시스템에서 나온 ‘괴물’ 감독이다. 분데스리가에서 8시즌째 뛰고 있는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은 “뿌리부터 탄탄한 독일 축구를 보면 부럽다”고 말한다

독일축구는 유소년부터 성인까지 대부분 팀들이 수비를 탄탄히하고 간격유지와 전방압박을 추구했다. 직접 관전한 아우크스부르크 훈련 역시 폴을 세워두고 간격유지에 공을 들였다. [아우크스부르크=박린 기자]

독일축구는 유소년부터 성인까지 대부분 팀들이 수비를 탄탄히하고 간격유지와 전방압박을 추구했다. 직접 관전한 아우크스부르크 훈련 역시 폴을 세워두고 간격유지에 공을 들였다. [아우크스부르크=박린 기자]

독일은 8090만명(2016년 기준)의 국민 약 20%인 1640만 명이 이민자와 그 가족이다. 독일 축구는 다민족 대표팀을 구성하면서 더 강해졌다. 터키 이민자 2세인 메주트 외칠(29·아스널), 튀니지계 혼혈인 사미 케디라(30·유벤투스), 가나계 혼혈인 제롬 보아텡(29·바이에른 뮌헨) 등이 대표적인 선수다. 선 굵은 축구의 ‘전차군단’은 다민족 팀이 되면서 다채로운 색깔을 띠게 됐다.

A대표팀 사령탑 신태용(47) 감독은 휴식기인 2013년 4월 영국 런던에서 뮌헨-도르트문트 독일팀끼리 맞붙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관전한 뒤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독일축구는 1990년 통일 후 경제침체로 유로 2000과 2004에서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1999년 1, 2부리그 36팀에 의무적으로 유소년팀을 두게하고, 2002년부터 10년간 유소년에 5억2000만 유로(약 7200억원)을 투자했더라"고 놀라워했다. 마리오 괴체(도르트문트) 등이 그 유산이다.

A대표팀 사령탑 신태용(47) 감독은 휴식기인 2013년 4월 영국 런던에서 뮌헨-도르트문트 독일팀끼리 맞붙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관전한 뒤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독일축구는 1990년 통일 후 경제침체로 유로 2000과 2004에서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1999년 1, 2부리그 36팀에 의무적으로 유소년팀을 두게하고, 2002년부터 10년간 유소년에 5억2000만 유로(약 7200억원)을 투자했더라"고 놀라워했다. 마리오 괴체(도르트문트) 등이 그 유산이다.

독일 취재에 동행한 김환 JTBC 해설위원은 “독일은 2018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10전 전승을 거두면서 43골을 넣고 4골만 먹었다”며 “독일 대표팀은 선수 풀만 40~50명이라서 누군가 부상으로 빠져도 균질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귀국 비행기에서 우려했던 건 그런 독일과 월드컵에서 같은 조에 속하는 것이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독일 사회, 독일인을 닮아 더욱 두려운 독일 축구. 한국과 독일의 조별리그 3차전은 내년 6월 27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다.

뮌헨·도르트문트·슈투트가르트·아우크스부르크(독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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