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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합석 첫 공연에 사우디 들썩

중앙일보

입력

사우디에서 공연한 야니. [AFP=연합뉴스]

사우디에서 공연한 야니. [AFP=연합뉴스]

첫 남녀 합석 공연에 사우디아라비아가 들썩였다. 그리스 출신의 세계적인 뮤지션 야니의 콘서트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제다 경제자유지역 킹압둘라 이코노믹 시티 특설 공연장에서 열렸다.

야니 콘서트 남녀 구분없이 관람해 #사우디 첫 여성 전용 콘서트도 열려

그간 사우디에선 보수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와하비즘 탓에 음악과 같은 즐거움은 되도록 피해야 할 요소로 여겨졌다. 심지어 남녀가 공공 장소에서 함께 있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우디의 실세로 떠오른 무함마드 빈살만(32) 왕세자가 개혁·개방 바람을 주도하면서 각종 금기가 깨지고 있다.

이번 공연 역시 빈살만 왕세자가 설립한 사우디엔터테인먼트청(GEA)이 주최했다. GEA는 지난해 5월 이후 소규모 공연만 열다가 올 1월엔 사우디 출신의 유명 가수 무함마드 압두의 대규모 공개 콘서트를 열었다. 수도 리야드에선 25년만에, 제다에선 7년만에 연 대형 콘서트였다.

사우디 사상 첫 여성 전용 콘서트를 연 발퀴스 파시. [사진 GEA]

사우디 사상 첫 여성 전용 콘서트를 연 발퀴스 파시. [사진 GEA]

지난달 30일엔 제다 힐튼호텔에서 사우디 최초의 여성 전용 콘서트가 열렸다. 사우디에선 여성이 남성 보호자 없이 공공장소에 다니는 것이 어려워 여성 전용 콘서트 자체가 역사적인 일이었다. 예멘 출신 아랍 에미리트 가수 발퀴스 파시가 3000명 앞에 섰다. 아랍뉴스에 따르면 콘서트 열흘 전 티켓 판매가 시작됐는데 판매 개시 6시간만에 대부분이 팔려나갔다. 공연장에 모인 관객들은 발퀴스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콘서트를 즐겼다고 한다.

야니 콘서트는 여기서 더 나아갔다. 10세 이하만 제외하곤 관람 제한을 두지 않아 남녀, 가족이 함께 어울려 공연을 봤다. 무대에서 남녀 연주자가 뒤섞인 것도 사우디에선 파격이었다. 야니는 사우디에 가기 전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역사적인 여정"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CEA는 관객의 호응에 힙 입어 야니의 사우디 투어를 당초 예정된 4회에서 6회로 연장했다. 3, 4일엔 리야드에서 공연한 뒤 6, 7일 다란 콘서트까지 이어간다.

야니는 남녀 관객이 뒤섞인 객석 사진을 트윗에 올렸고, 이는 3300회 이상 리트윗됐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슬람을 재해석 하는 게 아니라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예언자 무함마드(571~632) 시절에는 뮤지컬 극장도 있었고, 남녀가 자연스레 어울렸으며, 아랍 내 기독교와 유대교를 존중하는 문화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1979년 이슬람 혁명의 여파로 사우디가 강경 이슬람 세력에게 흔들린 지난 30년이 비정상이었다고 주장했다.

왕세자의 개방 드라이브 속에 사우디는 남녀 차별적인 정책을 하나씩 폐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고 여학생에게도 체육을 가르친다. 역사 유적을 개방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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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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