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낚싯배 15명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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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선박이 3일 오후 인천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 선창1호(9.77t)를 인양하고 있다. 선창1호는 이날 오전 6시9분쯤 영흥대교 남서방 1마일(1.6㎞) 해상에서 급유선 명진15호(336t)와 충돌해 전복됐다. 이 사고로 낚싯배에 타고 있던 22명(낚시객 20명, 선원 2명) 중 13명이 숨지고, 선장 오모씨를 포함해 2명이 실종됐다. 구조된 생존자 7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인천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22명(낚시객 20명, 선원 2명)이 탄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낚싯배 사고에 따른 인명피해 규모는 2015년 9월 6일 제주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돌고래호 사고(15명 사망, 3명 실종) 이후 최대다. 3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9분쯤 인천시 옹진군 진두항 남서방 1마일(1.6㎞) 해상에서 낚싯배 선창1호(9.77t)가 급유선 명진15호(336t)와 충돌해 전복됐다.

22명 태우고 영흥도 출항 9.77t 배 #336t 급유선과 충돌해 뒤집혀 #선실 갇힌 데다 저체온증 피해 커 #7명 구조 … 급유선 선장 긴급체포

이 사고로 선창1호에 타고 있던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선장 오모(70)씨 등 2명이 실종됐다. 전복된 배 안 에어포켓에서 구조된 3명을 포함해 7명은 길병원과 시화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충돌 사고 직후 충격으로 배 안에 14명이 갇히면서 신속히 탈출하지 못했고, 겨울이라 바닷물이 차가워 저체온증도 피해를 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오후 인양된 선창1호에서 실종자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선창1호보다 30배 정도 큰 명진15호에서는 인명피해가 없었다.

사고 원인과 관련, 황준현 인천해경서장은 “기상 상황이나 출항신고 등 운항 준비 과정에서는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두 선박이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충돌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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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에 따르면 선창1호는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았고 이날 출항도 정상적인 신고를 거쳐 이뤄졌다. 구조된 낚시객은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였다. 인천해경은 명진15호 선장 A씨(37)와 갑판원 B씨(46)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선장 A씨는 해경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한다. 잘못을 인정한다”고 진술했다.

선창1호가 출항 9분 만에 사고가 발생하자 배에 타고 있던 낚시객 중 한 사람이 112에 신고했다. 112와 통합신고시스템을 통해 신고를 접수한 인천해경은 오전 6시13분 사고 해역과 가장 가까운 영흥파출소에 출동을 지시했다. 영흥파출소 고속단정(10인승)은 6시26분에 출발해 6시42분 현장에 도착했다. 신고를 접수한 지 33분 만이었다.

영흥파출소가 신고 접수 후 실제 출동까지 준비하는 데 13분이나 걸렸다. 해경은 “계류장으로 배를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고속단정이 부두를 출발해 사고 해역에 도착하기까지 16분이나 걸린 데 대해서도 해경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비상대기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해경 헬기는 기상 상황을 이유로 사고 발생 1시간33분 만인 오전 7시42분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이 때문에 긴장이 풀어지기 쉬운 일요일 새벽 취약 시간에 출동하는 과정에서 해경의 대응이 신속하게 제대로 이뤄졌는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세종=임명수·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