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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북 ICBM 발사, 미국 대북봉쇄냐 군사옵션이냐 갈림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로 대북제재와 압박의 한계시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쏜 화성-15형 미사일은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1만3000㎞ 이상으로 미국 전역을 타격권에 넣는다. 조만간 노동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으면 한국과 일본 모두 북핵 위협에 놓인다. 미국은 전면 대북 봉쇄로 나오고 있다. 이제 북핵 위기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북, 핵무장 거의 임박 단계 #핵무장 시 미 군사조치 안 통해 #한 달 내에 봉쇄 성공해야 #해상봉쇄 조치 땐 무력충돌 #미, 군사조치 준비 다 된 듯 #제재 실패 땐 한반도 핵 경쟁

북한은 핵무장 고지까지 왔다. 기술적인 문제도 해결됐다. 남은 것은 1단계로 연말 부근에 10발가량의 플루토늄탄과 수소탄을 생산해 화성-15형과 노동미사일에 결합하는 일뿐이다. 이때까지 시간만 끌면 된다. 굳히기에 들어간 셈이다. 북한이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면 북한 비핵화는 사실상 무산된다.

북한의 핵무장과 미국의 대응

북한의 핵무장과 미국의 대응

북한이 소량의 핵무기를 보유한 이후 2단계 수순은 핵무기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은 40여㎏이어서 핵탄두 10개 내외를 만들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선 700㎏ 이상 갖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으로 50개 이상 핵탄두를 더 생산하는 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2020년까지 최대 100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우라늄탄으로 7차 핵실험도 실시할 전망이다. 북한이 짧은 시간에 핵무기 숫자를 늘려 가면 미국의 부담은 매우 커진다. 한국과 일본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로선 핵 재앙이다.

나아가 북한은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개량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에 대한 위협을 높이기 위해서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호를 시험 발사해 완성하고 내년엔 이를 2∼3발 탑재할 수 있는 새로운 잠수함도 건조할 전망이다. 3단 고체형 ICBM인 화성-13형마저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 고체형 ICBM은 연료 주입이 필요 없어 준비시간이 짧고 즉각 발사할 수 있다. 미국에 대한 위협이 더 높아진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스커드 미사일을 고체화로 전환 중이다. 북한이 300기 이상 갖고 있는 스커드 미사일을 고체 연료로 바꾸면 우리 군이 마련 중인 킬체인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미국의 항공모함 견제용인 대함탄도미사일(ASBM)도 실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개발한 ASBM은 정확도가 10m 이내인데 여기에다 핵탄두를 장착하면 미 항모는 제주도 이북으로 진입이 어려워진다. 한반도 유사시 한국을 도울 미 증원 전력이 오기 어려워진다. 우리 안보는 더 취약해진다.

북한이 핵무장을 완료하면 미국의 재래식 군사옵션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미국의 군사옵션 가운데 하나인 북한 핵미사일을 제거하기 위한 예방적 선제타격을 실시할 경우 북한은 10발의 핵탄두로도 대응 보복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북한에 대해 미국이 먼저 핵 공격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북한이 항복할 정도는 아니었다. 중국은 대북 원유 파이프를 잠그지 않았고 경제제재에도 비협조적이었다. 중국은 오히려 북한이 붕괴하지 않을 정도로 안전판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물이 새는 대북 경제제재와 압박은 북한의 내성만 키워 줬다. 북한이 핵무장한 뒤에 이뤄지는 제재와 압박효과에 대해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북핵 위협으로 대북제재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화성-15형 발사와 핵무장 임박 단계에서 시간에 쫓기는 미국이 내놓은 카드는 대북 봉쇄와 군사옵션이다. 이 카드들도 북한 핵무장 전인 한 달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게 조건이다. 미국은 1차적으로 대북 봉쇄 조치를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보다 강력하고 직선적이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원유 공급을 차단해 달라고 직접 요구했다.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북한에 대한 유류 공급을 30% 줄인 상태다.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지만 시 주석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또 유엔 회원국에 북한과의 외교 관계 및 교역 단절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에 북한 주재 대사의 철수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고려하고 있는 봉쇄 조치는 북한의 해상수송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른바 해상 봉쇄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화성-15형 발사 직후 “새로운 차원의 해상수송 차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해상을 봉쇄하려면 북한을 오가는 모든 선박을 강제로 검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미·일 특수부대가 투입되고 북한 선박에 승선한 무장요원과의 무력충돌이 불가피하다. 결국 사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북한 무장요원의 피해가 생기면 북한은 다른 방식으로 도발할 수 있다. 또한 해상 봉쇄를 위해선 한·미 해군 함정을 비롯해 일본 해상자위대가 협력해야 하고, 때론 중국의 협조도 필요하다. 미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미 항공모함 세력을 다시 한반도 해역에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이런 전면적인 봉쇄에 얼마나 버틸지는 알 수 없지만 심각한 타격은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마지막 제재 수단으로 예방적 선제타격도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지난달 미 항모 3척이 동해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미 항모 3척이 동시에 동해에 집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 미 공군 스텔스 폭격기 B-1B의 한반도 전개훈련이 수차례 이뤄졌다. 그 가운데 일부는 동해 북방한계선(NLL) 위로 북상해 폭격훈련을 했다. 10월에는 미 핵잠수함 미시간함이 서해에서 한국 해군과 특수부대 방어·침투훈련을 벌였다. 여기에 참여한 미군 특수부대는 2011년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팀이다. 유사시 북한에 대한 참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한·미 공군은 4∼8일에 미 스텔스 전투기 F-22와 F-35A 등 240여 대의 전투기를 동원한 연합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를 실시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김열수 세종연구소 위원은 “미국이 지금까지 실시한 모든 훈련을 모으면 선제타격작전이 된다”고 말했다. 미 해병대용 스텔스 수직이착륙기 F-35B 16대 등 각종 미군 전투기를 일본 이와쿠니로 집결했다. 따라서 미국은 군사작전 준비를 거의 마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마지막 대북 압박이 개시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마지막 시도까지 무위로 돌아가면 한반도엔 핵 경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시작된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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