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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바다 숨구멍' 틀어막으려는 美···쿠바식 봉쇄도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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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차원의 해상 차단” 北 ‘바다 숨구멍’ 틀어막기 노리는 美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도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준비하는 미국의 시선이 바다를 향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국제사회는 물건을 실고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들을 차단해야 한다”(28일 성명)고 밝힌 데 이어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새로운 차원의 해상 차단”(29일 외신기자클럽 브리핑)을 예고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추가적 제재를 가할 분야가 많이 남지 않았다. 해상 차단과 송유 제한 문제가 가장 큰 덩어리”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단행한 추가 대북 제재 대상에는 과거와 달리 대형 선박들이 대거 포함됐다. 미 재무부는 22일 홈페이지에 북한 금별무역 소속 례성강 1호가 적재물을 바꿔치기하는 현장을 공개했다. [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단행한 추가 대북 제재 대상에는 과거와 달리 대형 선박들이 대거 포함됐다. 미 재무부는 22일 홈페이지에 북한 금별무역 소속 례성강 1호가 적재물을 바꿔치기하는 현장을 공개했다. [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공해상 北 선박 검색 강화=해상 제재와 관련,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검색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미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지난 9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5호에도 이를 포함하려 시도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인해 제한적으로만 반영됐다.

이번에는 2375호에 들어갔던 ‘기국(flag state)의 동의가 있을 때’, ‘합당한 근거가 있을 때’만 검색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 선박을 수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고 한다. 노어트 대변인도 “북한으로 드나드는 물자 운송을 금지하는 권리를 기본적으로 포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가 소식통은 “미국은 이미 대량살상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배나 비행기의 이동을 차단하는 ‘대랑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는 PSI 가입국만 참여하는 것이라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이번에는 안보리 결의를 통해 PSI에서 추진하는 것과 같은 ‘공해상의 임의적 검색 권한’ 확보를 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북한에 기항했던 선박이 유엔 회원국 항구로 입항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미국과 한국은 이미 독자제재를 통해 시행하고 있는 조치다. 이를 안보리 결의에 포함하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은 ‘외교적 압박 작전’을 통해 각국에 참여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물리적 봉쇄 필요성까지 제기=미 학계에서는 해상 차단(maritime interdiction)을 넘어 해상 봉쇄(naval blockade)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국이 100여대의 함정을 동원해 쿠바 해상을 둘러쌌던 이른바 ‘쿠바식 봉쇄’다.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 군사위 부위원장의 수석 고문을 지낸 그레고리 킬리 예비역 해군 소령은 최근 의회전문지 ‘더 힐’ 기고문에서 ‘다국적 해상 봉쇄’를 주장했다. 그는 “군함 등으로 해상을 봉쇄하면 북한에 드나드는 것들을 일일이 감시하고 제약을 가할 수 있다. 미국이 이런 결정을 한다면 일본과 호주 등 동맹국의 해군이 이를 지원할 것이고 싱가폴, 한국, 인도, 대만, 그리고 아마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까지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이 우려될 때 미 항모들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하는 것도 사실상 해상 봉쇄 전략의 전단계로서 강한 힘의 압박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외교가에선 나온다. 지난 11~14일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니미츠함이 이끄는 3개 항모강습전단을 동해에 투입해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충돌 가능성 감수한 ‘초강수’, 협상 카드로?=해상 차단도, 해상 봉쇄도 군사 옵션의 측면이 있다. 북한 선원들이 검색에 저항하거나, 북한 선박이 운항을 막는 것에 거부하며 반격할 경우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런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해상 제재 방안을 일종의 대중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공해상 검색 권리를 유엔 안보리를 통해 확보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중·러의 반대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대신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을 받아들이라고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100% 차단을 요구해 결과적으로는 단계적 제한의 근거를 마련하는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안보리 결의 2375호에서는 북한에 대한 유류 공급만 30% 가량 제한했고, 대북 원유 공급량은 현 수준(채택 시점)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미국은 회원국에 북한 노동자 고용을 즉각 중단하도록 하고 제재 명단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핵실험에 비해 미사일 도발 때는 제재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군사 옵션도 가능하다는 식의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중국이 이에 위협을 느낀다면 전향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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