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아이칸측 공개 매수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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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가 '6만원에 주식을 인수하겠다'는 칼 아이칸.스틸파트너스 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KT&G는 2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한 뒤 거절 회신을 보냈다. 이에 앞서 KT&G 지분을 6.59% 확보한 스틸파트너스 등은 23일 곽영균 사장에게 "지분을 주당 6만원에 매입하겠다"며 사실상 공개매수를 선언하는 제안서를 전달한 뒤 28일까지 대답을 달라고 요구했었다. <본지 2월 25일자 12면>

이사회를 마친 뒤 곽 사장은 "스틸파트너스 등의 제안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의 사업전략을 지속적으로 실행해 주주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에 민영화한 뒤 ▶KT&G 주가가 세계의 주요한 담배기업 주가보다 많이 올랐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등을 통해 3년간 순이익의 96%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등 주주 권익을 높이는 데 힘써 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칼 아이칸 측은 이날 'KT&G 가치실현을 위한 위원회' 명의로 국내 언론에 배포된 발표문을 통해 "KT&G의 결정에 실망했다"며 "KT&G가 주주들의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초유의 경영권 위협에 직면한 KT&G 사태에 외신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BW)는 다음달 6일자에서 '칼 아이칸, 아직도 로빈 후드를 가장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아이칸이 주식 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의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잡지는 지난해 9월 미 뉴저지에 있는 샌즈 카지노 호텔의 소액주주들이 "주식처분 기회를 주지 않아 손해를 봤다"며 아이칸을 고소한 사례를 소개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아이칸 사태가 한국 증시 상황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가 중립을 지키고 주주들의 표 대결로 KT&G에 대한 인수 여부가 판가름난다면 이는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최익재.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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