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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그곳선 사장을 ‘서경배님’ 이라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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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여자라서 행복한 직장"=2년째 에스테라피 교육팀에서 일하고 있는 강지선(26.여)씨는 "태평양은 여자가 다니기 좋은 직장"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남녀 직원 비율이 45대 55. 여성 수가 많다 보니 업무 분위기도 부드럽다고 한다. 또 서로를 직급에 관계없이 'OO님'이라고 불러 직급 간 또는 남녀 간의 벽이 허물어진 지 오래다.

여성직원만을 위한 편의시설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직장 안에 보육시설이 있고 여성전용 휴게실엔 침대와 발 마사지기가 있다. 수유를 위해 유축기.젖병소독기도 갖췄다. 회식 분위기도 자유롭다. 1차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먹고 2차 자리에선 맥주나 칵테일을 마신다. 개인 일 때문에 먼저 일어나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물론 일부는 아직까지 보수적인 면이 남아 있다. 강씨는 신입사원 때 서경배님이 해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우리 회사는 여성 고객이 키워준 회사여서 여성에게 일자리를 많이 줘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서경배님은 현재 태평양의 대표이사 사장이다.)

"2개 국어는 기본"=국제마케팅팀 이만희(30)씨는 라네즈의 아시아 지역 마케팅 일은 한다. 한 달에 한번 정도씩 길게는 8일, 짧게는 1박 2일로 출장을 간다. 주로 현지 백화점 관계자나 마케팅 담당자들을 만난다. 베트남 등 일부 지역에서 일고 있는 한류 열풍에 국산 화장품이 가세하고 있어 태평양은 국제사업 부문을 특히 강화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팀원이 두 배로 늘어 40명이 됐다.신입사원 대부분은 중국어.프랑스어 등 제2외국어를 구사한다. 태평양은 2015년까지 글로벌 톱 10 화장품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소비 트랜드를 만든다"= 뷰티트랜드팀의 김광회(32)씨는 세계의 최신 문화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신제품과 마케팅에 접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낸다. 해외 인터넷 사이트나 잡지, 신제품 브로슈어 등을 꾸준히 살피며 연구한다. 그는 태평양이 대한민국 패션과 뷰티 트랜드를 이끌고 있다고 자부한다. 경영진은 이 뷰티 정보를 가장 중시한다. 제품개발과 마케팅전략의 토대가 된다.

"인터넷·어학은 전공과목"=서울 용산 한강로에 있는 태평양 사옥엔 타먹는 커피가 없다. 건강영업전략팀의 이보영(26.여)씨는 "우리 팀이 지난해부터 '건강 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하고 있어 임직원들이 커피 대신 설록차와 현미녹차만 마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반대했지만 모두 잘 따라줬다고 한다. 또 '다이어트 펀드'를 조성해 직원들이 살 빼기 경쟁을 하고 있다. 자기 계발에 대한 지원 체계도 잘 돼 있다. 이씨는 지난해부터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다도학을 배우고 있다. 회사에서 학비를 전액 대준다. 인터넷을 통해 어학 등을 배우는 'e-러닝'은 전 직원이 수강해야 한다.

"연구소는 가연(佳緣)의 고리"=신보현(26.여)씨가 일하는 화장품 연구소엔 화학공학이나 생물 분야의 석사학위 치득자들이 일한다.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오후 5시30분쯤 대부분 퇴근한다. 여성 이공계 인력들은 유독 물질을 취급하지 않아 일하기 좋다고 한다. 이공계 연구소로는 드물게 여성 연구원 비율이 30%에 달한다. 신씨는 "전자.정유업계 쪽으로 간 대학 동기들이 부러워한다"고 말한다. 연구소 위치가 경기도 신갈에 있어 일부는 기숙생활을 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기숙사에서 눈이 맞아 결혼한 사내 커플이 적지 않다.

글=김필규 기자 <phil9@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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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학력이나 전공을 많이 따지나요?

A:전공을 그리 따지지 않고 부서 배치를 하는 편이다. 다만 연구소는 석사 학위 이상의 관련 전공자만 뽑는다.

Q:인턴을 하면 가산점을 주나요?

A:서류전형 때 유리하다. 5월 중에 인턴을 모집할 예정이다. 여름방학에 두 달간 일한다.

Q:대졸 신입사원 초임은 어떻게 돼나요?

A:2900만~3100만원. 연말에 지급되는 부문별 성과급에 따라 받는 액수가 조금씩 다르다.

Q:1년에 몇 명을 뽑나요? 모두 공채인가요?

A:공채도 하고 수시로 사람을 뽑는다. 일년에 100명 정도 채용한다.공채는 상반기, 하반기 두번에 걸쳐 한다. 공채라 해도 기수를 따지지 않는다. 팀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Q:화장품 이외에 어떤 사업부문이 있나요?

A:화장품 부문이 물론 주력이다. 매출액의 80%를 차지한다. 녹차 등 건강 부문이 10%, 샴푸 등 생활용품 관련 매스뷰티 부문이 10%의 사업 비중을 갖고 있다.

Q:채용을 한 뒤 일할 부서가 정해지나요?

A:아니다. 사업 분야별로 따로 지원을 받고 면접 방식도 다르다. 예를 들어 교육팀에서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디자인팀에선 실기 면접을 치른다. Q:여성이 많은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 남성에 대한 역차별은 없나요?

A:여자 화장실에만 비데가 있고 남자 화장실엔 아직 없다. 그 밖에 다른 차별은 전혀 없다.

신입사원 !

브랜드 매니저(BM)팀 김선희

지난해 5월 교내 채용정보 사이트에 뜬 공고를 보고 태평양에 지원했다.

좀 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일을 하고 싶어 태평양을 택했다. 제품의 개발-시판-소멸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BM의 일이다. 입사 전형 때 어학 능력을 많이 봤다. 들어와서 보니 회사가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관련 인력을 많이 기르고 있다.

토플 성적이 280점으로 꽤 좋은 점수였는데 다른 동기들도 어학 능력이 뛰어났다. 제2 외국어 능력도 평가한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스페인어를 다시 공부할 생각이다. 어학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게 협업 능력이다. 면접에서 대학시절 기억에 남는 팀 프로젝트, 팀원들끼리 분쟁이 생겼을 때 극복했던 경험, 자신의 창의력을 최고로 인정받았던 것 등을 물어 봤다.

면접은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일부러 기를 죽이거나 성격 테스트를 위해 의도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다. 서류전형에 통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무 매니저급이 하는 면접이 첫 관문이다. 여기서 합격하면 2차, 3차 면접을 연이어 본다. 2차는 신갈 연구소에서 진행되며 3차는 본사에서 사장단이 직접 나서 면접한다. 조직에서 잘 융화할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한 것 같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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