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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 미디어 콘퍼런스] 사람들의 관심을 없애버리는 기사 제목 작성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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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100년 미디어콘퍼런스가 29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조시 슈왈츠 차트비트 데이터 총괄이 제1세션:소비자에게 길을 묻다에서 '핵심고객은 어떻게 형성되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유민100년 미디어콘퍼런스가 29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조시 슈왈츠 차트비트 데이터 총괄이 제1세션:소비자에게 길을 묻다에서 '핵심고객은 어떻게 형성되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애플 아이폰의 2분기 판매 추이' vs. '팀쿡이 당신에게 절대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 차트'  

2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유민 100년 미디어 콘퍼런스'에서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CEO 게리 리우, 차트비트 데이터 총괄 조시 슈왈츠 등이 연사로 나서 '미디어, 내일을 묻다'라는 대주제로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연사들이 서있는 위치는 모두 달랐지만,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는 공통 분모가 있었다. 바로 뉴스 독자들은 더이상 리더(reader)가 아닌 소비자(consumer)라는 것이다. 리더는 애플 아이폰의 2분기 판매 추이를 읽지만 소비자는 팀쿡이 나에게 '절대'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 그 차트를 들여다보는 경험을 소비하고 싶어한다. 미디어의 미래는 독자들이 '뉴스 소비자'로 변한 상황을 읽는 매체의 것이 될 것이라는 게 이날 콘퍼런스를 관통하는 메시지였다.

전 세계 언론사를 상대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회사 차트비트의 조시 슈왈츠는 이날 뉴스 소비자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시 슈왈츠는 '소비자들의 뉴스 이용 방식을 분석해 어떻게 핵심고객을 만들 것인가'라는 각론으로 강의를 했다.

연단으로 나오는 조시 슈왈츠 차트비트 데이터 총괄. [중앙포토]

연단으로 나오는 조시 슈왈츠 차트비트 데이터 총괄. [중앙포토]

어떻게 발견될 것인가

오늘 날 플랫폼 환경에서는 뉴스가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발견'될 것인가가 1차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조시 슈왈츠는 "뉴스 소비자들이 여전히 뉴스 사이트에 '직접' 방문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뉴스 소비자들이 미디어에 접근하는 경로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시 슈왈츠에 따르면 전세계 36%의 소비자들은 직접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방문하고 있으며 21%는 구글 검색을 통해, 15%는 다크소셜(Dark Social·메시징 앱, 이메일, 기타 방식으로 링크 공유를 통해 홈페이지에 접근케 하는 수단)을 통해, 13%는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 사이트에 접속한다. 조시 슈왈츠는 "사실상 콘텐트가 유포되는 주요 채널은 많지 않다"며 "집중해야 할 몇가지 채널이 있다는 것"을 이 통계의 의미로 짚었다.

뉴스 소비자에게 '발견'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채널에 따른 전략'이 필요하다. 뉴스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채널인 '검색엔진'과 '소셜네트워크' 이용 행태를 분석한 결과, 두 채널 이용 방식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었다.

조시 슈왈츠는 "검색을 통한 뉴스 소비는 특정 정보를 얻고자 하는 의도적인 활동"이라며 2016 미국 대선 당시를 예시로 들었다. 조시 슈왈츠는 "대선 결과가 나오는 날 구글 검색이 평소보다 40~60% 치솟았다"며 "하지만 이때 SNS 이용률은 뚝 떨어졌다"고 밝혔다. 속보가 나오고 있을 때는 포털 등 검색엔진에 대한 접근이 많아진다. SNS의 경우는 정반대다. 어떤 정보를 얻어야겠다는 의도를 갖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개인적인 공간에서 소비한다. 또,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고 싶을 때 사용한다.

2016년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올 즈음 구글 검색(빨간색) 트래픽 유입이 치솟았다.[중앙포토]

2016년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올 즈음 구글 검색(빨간색) 트래픽 유입이 치솟았다.[중앙포토]

조시 슈왈츠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고 하루 이틀이 지난 뒤 구글을 통한 뉴스 사용률은 뚝 떨어지고 SNS를 활용한 뉴스 소비가 치솟았다"며 "트럼프 당선 사실을 모두 알게된 다음에는 친구들과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속보성' 뉴스가 쏟아질 때와 그 이후의 '이야기'를 어떤 채널에 효과적으로 노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의 주목(Engagement·관여도)을 끄는 법

뉴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발견'된 다음에는 소비자들의 주목도를 높여야 한다. 조시 슈왈츠는 "소비자들이 '우연히' 뉴스 사이트에 도달하더라도 15초 만에 나가는 경우가 절반에 가깝다(45%)"며 뉴스를 진지하게 읽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하면 소비자들의 뉴스 주목도를 높일 수 있을까.

조시 슈왈츠는 "간단히 말하자면 헤드라인(제목)이 중요하다. 정말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두에서도 말했듯 같은 내용의 기사라 하더라도 어떤 제목을 다느냐에 따라 뉴스 소비자들의 주목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차트비트가 전세계 23만여 개의 헤드라인을 분석한 결과 주목도를 끄는 제목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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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도움이 되는 요소는 3가지였다. '지시대명사(이런, 이것 등)', '나쁜 최상급(최악의 등)', '의문사(when, where 등)'을 사용하는 것이다.

제목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 요소에는 '이름', '대명사·고유명사', '아주 긴 길이의 제목'이었다. 기사 제목에 유명인의 이름을 넣으면 더 좋은 제목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영향이 없고, 기사 제목이 길어지면 주목도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은 것이다.

기사에 대한 흥미 자체를 없애는 요소도 있다. '너무 짧은 제목', '물음표' 사용, '시점(내일, 토요일 등) 언급'은 관심도를 헤치는(hurt) 영향을 줬다. 해당 조사는 영어 매체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국어로 된 뉴스 제목과 다소 다를 수는 있지만 참고할 만하다.

유민100년 미디어콘퍼런스가 29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조시 슈왈츠 차트비트 데이터 총괄이 제1세션:소비자에게 길을 묻다에서 '핵심고객은 어떻게 형성되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유민100년 미디어콘퍼런스가 29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조시 슈왈츠 차트비트 데이터 총괄이 제1세션:소비자에게 길을 묻다에서 '핵심고객은 어떻게 형성되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핵심 고객을 어떻게 확보해야 하나

언론사도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다. 핵심 고객은 수익 차원에서 중요하기에 소비자의 뉴스 주목도를 높여 매체의 핵심 고객으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조시 슈왈츠는 "저널리즘의 입장에서 볼 때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며 "기사를 천천히 읽는 소수의 사람들이 기사를 잘 기억해내고 해당 언론사의 재방문률이 높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사를 천천히 읽는 사람은 스크롤링을 아래까지 하고, 그러면 자연히 광고가 노출돼 수익으로 이어진다. 그 소비자가 언론사를 계속 재방문하고, 해당 언론사를 신뢰하거나 충성 독자가 되면 구독자가 돼 직접적인 수익으로도 이어진다. 어쩌다 방문한 사람들이 15초 안에 뉴스 사이트를 나가지 않고 오래 머물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차트비트가 전세계 사이트 고객의 충성도를 분석한 결과 '규모의 경제'가 적용됐다. 규모가 큰 사이트의 경우 평균적인 충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조시 슈왈츠는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언론사 사이트를 유지하면 어느 정도 충성도는 따라온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충성 고객이 80~90%에 이르는 경우는 대형 사이트가 아니라 특정 주제를 다루는, 즉 '틈새 시장'을 공략한 사이트였다. 미디어 홈페이지 역시 둘 중 한 길을 택해야 한다.

그 다음엔 '유료 고객층'을 확보해야 한다. 미디어 사이트에는 대략 4가지 유형의 고객이 있다. '구독자'이면서 '충성도'가 높은 유형, '구독자'이면서 '충성도'가 낮은 유형, '비구독자'이면서 '충성도'가 높은 유형, '비구독자'이면서 '충성도'가 낮은 유형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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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구독자'이면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는 우량 고객이다. 대개 언론사는 이런 고객을 전체 방문자의 0.8% 정도로 갖고 있는데 이 고객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이 고객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구독자'이면서 '충성도'가 높은 그룹을 공략하는 것이다. 이들은 전체 방문자의 2.6%에 불과하지만 '구독자'로 전향할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다. 또, 이들이 사이트를 자주 방문하면서도 유료 구독자가 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면 해당 미디어의 발전을 위해 좋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 그룹도 주목해야 한다. '구독자'이면서 '충성도'가 높지 않은 2.1%의 고객이다. 이 고객들은 구독을 해지할 가능성이 높다. 고객의 이탈을 막는 것은 수익을 방어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나머지 94.5%는 '비구독자'이면서 '충성도'도 없는 그룹이다. 이들은 어쩌다 사이트에 방문을 했지만 구독은커녕 재방문 할 의도가 없다. 하지만 이들은 해당 사이트에 우연히 방문함으써 미디어에 '기회'를 준 사람들이기도 하다.

차트비트의 전세계 언론 분석 결과…한국에서도 통할까?

유민100년 미디어콘퍼런스가 29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제1세션:소비자에게 길을 묻다에서 발표를 한 패널들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행자 태인영, 케빈 딜레이니 쿼츠 편집장 및 공동창업자, 조시 슈왈츠 차트비트 데이터 총괄,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지식정보서포트 전무. 박종근 기자.

유민100년 미디어콘퍼런스가 29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제1세션:소비자에게 길을 묻다에서 발표를 한 패널들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행자 태인영, 케빈 딜레이니 쿼츠 편집장 및 공동창업자, 조시 슈왈츠 차트비트 데이터 총괄,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지식정보서포트 전무. 박종근 기자.

조시 슈왈츠는 미디어가 당장 대처해야 할 일로 '뉴스를 발견되게 하는 것(노출시키는 것)', '사용자들의 주목을 끄는 헤드라인을 작성하는 것', '유료 구독자들과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 세 가지를 들었다. 결국 각 언론사는 검색엔진과 SNS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발견'돼야 하고, 우연히 사이트에 방문한 94.5%의 사람들을 더 머물게 하며 충성도 있는 독자로, 유료 고객으로 만들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물론 한국의 경우는 차트 비트 분석 결과와 다른 측면이 있다. 전세계 소비자들은 미디어 사이트에 직접 방문하는 비율(36%)이 적지 않지만 한국의 경우 4%만이 미디어 사이트에 직접 방문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이 메인 화면에 직접 뉴스 서비스를 하는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뉴스 소비 통로로 압도적인 선택(77%)을 받고 있다. 어쩌면 한국의 미디어 회사들은 세계의 평균 상황보다 더 좋지 않은 환경일 수도 있는 것이다. 조시 슈왈츠는 이에 대해 질문을 받고 "흥미로운 현상이다"라며 "대개 포털 검색은 매우 의도적인 활동이고 SNS는 편안한 마음으로 하는 활동인데 포털이 뉴스 소비 면에서 이 두 가지를 다 병행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 언론사의 경우) 스토리를 어떻게 고객에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어쨌든 답은 소비자에게 있다는 원론으로 돌아온 셈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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