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등 천장을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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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국의 경고나 신문의 경계 조 기사에 아랑곳없이 요즘 주가는 폭등의 연속을 기록하고 있다.
바야흐로 전국이 증시열풍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시골에서는 논밭 팔아 주식 투자하는 풍조가 생기고 도시에서는 은행돈을 빌어서까지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는 판이다.
도대체 경계심리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고 모두 하루라도 먼저 「물건」을 잡아두면 그만큼 이익이라는 심리만 팽배해 있다.
1일 하루 상승폭으로는 사상 최고인 19·92포인트가 오르면서 종합주가지수 650선을 깨뜨린 주가는 2일에도 폭등세가 이어지면서 11시 현재 다시 12·20포인트 오른 6백65.·71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말 (5백25·11)에 비해 1백40·60포인트 뛴 것으로 배당 락을 감안치 않고 한 달 새 평균 26·7%나 뛰어 오른 것이다.
정부·증권 당국도 최근의 주식시장 과열에 대해 크게 조바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수휴 재무부 증권국장은『현재와 같은 증시 과열현상이 진정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때 선의의 투자가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표면적인 호재로 대 공산권 교역확대니, 대규모 증자니 하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대세 낙관론」의 공통배경은 당분간 시중의 풍부한 자금사정에 큰 변화가 없으리라는 것이다.
이런 낙관론을 갖게 만든 데는 정부의 책임이 절대적으로 크다. 작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불안조짐을 보이던 주가를 막기 위해 정부는 뒷돈을 대어가면서 기관투자가들의 매입을 종용, 주가를 떠받쳐 주었다.
이 같은 실증적인 예가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3월 하순 정도로 예상되고 있는 총선 전 까지도 같은 상황이 연출되지 않겠느냐는 믿음이 선다는 얘기다. 완전히 발목이 잡힌 셈이다.
증권 당국도 최근의 증시과열이 위험수준에 왔다고 보고 특담 조기 상환·미수금 회수·위탁증거금 인상 등 시장규제조치를 잇달아 내놓고는 있지만 1일 증시의 폭등세가 보여주듯 투자자 등의 낙관론은 뿌리 깊게 박혀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한탕주의·배금주의의 만연, 향락심리의 팽배, 심화되는 상대적 빈곤감, 근로의욕의 저하 등은 심각한 사회병리학적 증세로까지 번질 우려가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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