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시대 맞은 한-일 항공노선 양국 회담 합의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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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8년간 계속된 한일 항공노선의 2개 항공사 밀월 시대가 마침내 막을 내리게 됐다.
1일 서울과 동경에서 동시에 발표된 한일항공회담(1월26∼30일 서울서 개최)합의사항은 한일노선 항공시장의 구조를 근본에서 바꾸는 획기적인 결정을 담아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있다.
70년 이후 꾸준히 한일노선운항을 시도해오던 일본의 유력 항공사 전 일본 항공(ANA)이 또 다른 항공사 일본 에어 시스팀 (JAS) 과 함께 숙원을 이뤄 오는 7월부터 새로 한일항공시장에 참여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ANA는 일본 국내에서도 경쟁력이 높은 항공사여서 대한항공 측은 세계적인 서비스를 자랑하는 일본의 3개항공사와 서비스 경쟁을 벌여야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이번 항공회담에서 한국 측이 일본 2개 항공사의 추가운항에 합의한 것은 현 독점 체제로는 88올림픽 등을 앞두고 급증하는 한일 노선수요를 충족 시키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항공사의 복수운항이 양국의 공동이윤 추구에도 도움이 크다는 현실적인 필요에 따른 것이다.
67년 체결된 한일항공 협정은 「한일노선을 운항하는 지정 항공사수는 복수제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ANA는 70년 이미 한일노선 취항을 신청했었다.
그런데도 양국 정부가 이 같은 항공협정상의 원칙을 무시하고 「1개국 1개항공사의 국제선 취항」정책을 고수해온 것은 항공협정 체결당시인 70년대의 경우 한일노선 수요가 극히 제 한 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한일노선 운항 사를 복수 화시킬 경우 이같이 제한적인 수요로는 적자운항을 면키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한일간의 정치·경제·문화적인 교류가 빈번해지고 해외여행 자유화 등 일련의 조치가 이루어지면서 수요가 급증,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했으며 한일항공 노선은 흑자노선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한일노선의 평균 좌석 이용률은 79% 좌석 이용률이 평균 60%이상일 경우 흑자노선으로 평가하는 점을 감안할 경우 한 일 노선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인 셈. 이 같은 좌석 율 은 88올림픽을 전후해 1백%에까지 달할 것으로 교통부는 내다보고 있다.
이번 항공회담에서 한일항공노선에 일본의 2개 항공사 추가운항을 허용한 것 외에도 ▲부산· 제주∼나고야(주 7회) 등 3개 노선 신설(주13회 운항)▲신설노선 포함, 주95회 한일간 운항편수를 1백29회로 34회 증 회 하는 것 등에 합의한 것은 바로 이 같은 「한일 항공노선의 수요 급증」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우리측이 일본의 3개항공사 서울항공에 따라 예상되는 「국내항공기 이용객감소」라는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일본항공사의 추가운항에 합의한 것은 일본의 경우 주 1백29회 운항편수를 3개 항공사가 나누어야 하지만 우리측은, 전 운항 편수를 독점 할 수 있어「실」보다 「득」이 크다는 실리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한국은 일본관광 시장 의존 율이 높기 때문에 일본 내 지방도시까지 항공노선이 연결됨으로써 일본관광객 유치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동안 대한항공 측은 종전 한일노선과 함께 흑자를 냈던 중동노선이 최근 중동건설경기의 침체로 퇴조를 보이면서 한일노선 증 회를 적극 희망해왔다.
일본측이 한일항공 노선의 JAL독점체제를 무너뜨리고 복수 화에 합의한 배경에는「수요의 급증」외에 지난 86년 3월 신 항공 정책이 채택되면서 종전 국영 이였던 JAL이 민영화 된 것도 작용했다. 더 이상 JAL만을 보호해야할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일본은 86년 3월 이전까지만 해도 국제노선 운항은 JAL만을 허용해왔으나 신 항공정책 실시이후 이 같은 제한을 철폐, ANA·JAS 등 3사에 국제선 취항을 허용해왔다.
교통부는 88올림픽을 앞두고 일본항공사의 추가운항에 따른 서비스 경쟁이 항공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정부의 보호 속에 안주해온 국적항공사의 체질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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