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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원개발 투자 회수율 고작 38%…확정된 손실만 13조6000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광물자원공사는 2006년 아프리카에서 광물개발사업 프로젝트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현지 운영사의 채무 2억3000만 달러(약 2500억원)에 대해 보증을 제공했다. 그러나 운영사가 제때 대출을 갚지 못하면서 전액을 대신 납부했다. 지금도 회수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또 다른 사업에선 개발 불가능한 습지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고 사업을 추진했다가 투자비 176억원을 손실 처리해야 했다.

묻지마 투자가 낳은 수십조원 손실 #자원개발 3사 부채비율 급증 #자본잠식 빠진 광물자원공사는 존폐 위기 #해외자원개발 혁신 TF 구성 # 81개 사업 우량·관리·조정으로 분류 #향후 처리방향 권고하기로

국내 기관이 투자한 캐나다 혼리버 지역의 키위가나 광구의 비전통가스 개발 시추 현장.

국내 기관이 투자한 캐나다 혼리버 지역의 키위가나 광구의 비전통가스 개발 시추 현장.

중구난방으로 진행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민낯이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광물공사·가스공사·석유공사가 29일 2008년 이후 진행한 해외자원개발 실태에 대한 자체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한 이후 자원개발률은 2008년 5.7%에서 2016년 14.8%로 상승했다. 그러나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 실제 국내로 도입한 물량은 생산량 대비 원유 0.3%, 광물 28.0%, 가스 29.0%에 그쳤다.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수급 환경을 개선하려던 당초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패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이다. 2008년부터 올 6월까지 해외자원개발 사업엔 총 43조4000억원이 투입됐다. 이중 회수된 돈은 16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회수율이 38%에 그친다. 만회할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현재까지 확정된 손실액만 13조6000억원으로 투자비의 30%를 상회하고 있어서다. 그러는 사이 3개 공사의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됐다. 2008년 부채비율이 85%였던 광물공사는 자본잠식에 빠졌고, 석유공사의 부채비율도 73%에서 529%로 치솟았다.

산업부는 이렇게 부실이 발생한 건 여러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자체 진단했다. 우선 세일가스 확대 등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를 간과하고, 전통 유전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게 문제였다. 자원개발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비용, 고위험 사업에 뛰어든 것도 패착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때 비용은 과소평가하고, 수익은 과대평가하는 등 경제성 평가가 부실했다”며 “과도한 차입과 무분별한 자회사 채무지급 보증으로 총 부채규모와 이자비용이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사업을 성사시키려 과도한 법적 의무를 지면서, 법적 대응은 부실했다. 이 중엔 불가항력적 상황으로 사업을 중단할 경우 투자비를 회수하는 조항을 넣지 않은 사업도 있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주고, 공사에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했지만 이를 통제할 시스템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비전문가로 꾸려졌고, 공기업 특성상 이사회의 내부 견제와 감시 기능도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크스포스(TF)’를 구성하고 이날 첫 회의를 열었다. 해외자원개발 실태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부실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취지다. 객관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TF는 민간의 학계, 법률 전문가 등으로 꾸렸다. 위원장은 박중구 서울과기대 교수가 맡기로 했다.

TF는 우선 예비타당성조사 규정을 준용한 3개 공사 81개 사업에 대한 평가 연구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결과와 함께 분과회의를 통해 공사별로 심층적인 검증작업을 한 뒤, 81개 사업을 우량·관리·조정 3가지로 분류해 향후 처리방향을 권고할 계획이다. 박중구 위원장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국가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 향후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비전을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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