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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전 콩쿠르에서 우승" 작곡가 최재혁(23)

중앙일보

입력

제72회 제네바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작곡가 최재혁. [사진 제네바 콩쿠르 홈페이지]

제72회 제네바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작곡가 최재혁. [사진 제네바 콩쿠르 홈페이지]

제네바 국제 콩쿠르의 네번째 한국인 우승자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작곡 부문 1위에 오른 최재혁(23)이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석사과정 재학 중인 그는 28일 전화 인터뷰에서 "직관적으로 자유롭게 곡을 썼는데 우승하게 돼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틀에 갇히고 싶지 않고 작곡과 지휘를 병행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제네바 국제 콩쿠르는 1939년 시작했으며 세계적 권위를 인정 받는 대회다. 1971년 첼리스트 정명화, 2013년 작곡가 조광호, 2015년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우승했다. 또 콩쿠르 개수가 많은 악기 연주자들과 달리 작곡가의 콩쿠르 우승은 흔치 않은 일이다. 다음은 최재혁과의 일문일답.

세계적 권위의 제네바 국제 콩쿠르 우승 #"모차르트 같은 아름다운 멜로디 쓰고 싶어서 작곡 시작" #자유롭고 직관적인 스타일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작곡

작곡가는 도전할만한 콩쿠르가 많지 않은데.

"제네바와 브뤼셀, 도쿄 정도 뿐이다. 미국의 지역 콩쿠르에는 나가봤지만 이렇게 큰 콩쿠르는 처음 출전했는데 우승해서 기쁘다."

작곡은 어떻게 시작했나.

"어릴 때는 취미로 바이올린을 했다. 부모님 중에 음악가는 없다. 집이 과천이라 과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들어갔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다가 갑자기 모차르트처럼 아름다운 선율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4세부터 이런저런 음악을 만들고 놀았다. 엄마가 나를 작곡가 박정선 선생님에게 데리고 갔고, 미국으로 떠나 본격적으로 작곡을 공부했다."

왜 바로 미국으로 떠났나.

"박정선 선생님께서 내 작곡 스타일을 보고는 한국에서 맞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곡이 자유로운 스타일이고, 생각나는 대로 쓴다. '세도막 형식을 써라' '전주곡을 써라' 같은 틀을 주는 작곡 교육과는 맞지 않을 거라 판단하신 듯하다. 실제로도 미국의 예술학교인 월넛힐 고등학교에서 아주 자유롭게 하고 싶은대로 음악을 만들었다."

작곡가 진은숙에게도 배운 것으로 알고 있다.

"2013년 서울시향의 젊은 작곡가 발굴 프로그램에 선발돼 그 뒤로 매년 만나 배우고 있다. 진은숙 선생님은 나에게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거시적인 그림을 그리라'고 한다. 형식과 구조에 얽매이는 대신 색을 골라가면서 곡을 쓰라고 한다."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연주자들과 상의하고 있는 최재혁. [사진 제네바 콩쿠르 홈페이지]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연주자들과 상의하고 있는 최재혁. [사진 제네바 콩쿠르 홈페이지]

이번 콩쿠르에서 '야상곡 3번'으로 우승을 했다.

"야상곡 시리즈를 쓰는 중이다. 야상곡(녹턴)이라고 하면 대부분 쇼팽을 떠올린다. 정적이고 멜랑콜리한 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밤에 꼭 그런 기분만 느끼는 건 아니지 않나. 그로테스크하고 시끄럽고 펑키한 밤의 감정을 그리고 싶었다. 말하자면 반(反)쇼팽적인 녹턴을 썼다. 클라리넷으로 예쁜 소리 내지 않고 사람의 비명 같은 소리를 내도록 했다. 화성적으로는 색채를 풍부하게 내기 위해 애썼다. 이처럼 사람의 감정과 분위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에 관심이 많다."

연주자와 달리 작곡가는 콩쿠르로 데뷔해 이름을 알리고 활발히 활동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피에르 불레즈, 마티아스 핀처처럼 작곡과 지휘를 겸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 쓰고 싶은 곡을 쓰고 세계 여기저기를 다니며 연주를 하고 싶다. 내년에는 제네바 콩쿠르 클라리넷 부문,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의 과제곡을 위촉받았고 프랑스의 음악 축제에도 곡을 쓰기로 했다. 무엇보다 곡을 많이 쓰는게 목표다. 2019년 5월이면 학교를 졸업하기 때문에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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