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ONG][통피니언] 차별을 넘어 새로운 흐름을 담아, 디바!

중앙일보

입력

by 안호경·연제은

블리자드의 슈팅게임 오버워치의 2017년 전 세계 이용자가 3000만 명을 돌파했다. 2016년 5월 24일에 게임을 출시한지 1년만의 일이다. 오버워치의 캐릭터들 역시 인기이다. 그중 한국인 캐릭터인 ‘디바(D.Va)’는 새로운 해석이 더해져 국내 여성 게이머 인권단체인 ‘전국디바협회’의 마스코트로도 쓰이고 있다. 이는 오버워치의 흥행만큼이나 화제가 됐다. 오버워치의 총괄 디렉터는 “우리 게임이 만든 긍적적 변화에 매료됐다”라고 말하며 전국디바협회를 언급해 이들의 활동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사진=전디협]

[사진=전디협]

디바는 오버워치 세계관에 등장하는 한국인 여성 캐릭터다. 디바는 16세에 프로게이머로 데뷔해 정상의 명예를 누리고 그 실력으로 ‘대한민국 국군 기동 기갑부대’에 합류해 국가를 수호한다는 설정이다.

이런 디바를 마스코트로 삼은 전국디바협회(이하 전디협)는 온라인 게임 세계에서 무시와 비하를 겪는 여성 게이머의 권리를 증진하고 차별 중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권 단체다. 전디협은 지난해 12월 박 전 대통령 탄핵 시위에서 결성됐다. 대통령이 여성의 사생활을 변명을 위해 사용한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탄핵을 촉구했다. 이후 2017년 3월, 대통령의 직무정지가 결정됐고, 전디협은 해체 대신 방향을 바꿨다. 오버워치의 배경인 2060년에 디바와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도록 성평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전디협은 1월 21일 세계 여성공동행진(Women’s March)에도 참가했다. 미국 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취임 다음날, 미국 워싱턴 D.C를 중심으로 전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시위다. 여성은 물론, 성소수자와 이민자의 인권, 인종차별과 노동, 환경 문제를 제기했다. 또 페미니즘 독서를 하는 전디협 독서모임도 개최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꾸준히 여성과 소수자 차별을 없앨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디협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에 따르면 “디바가 전디협의 마스코트가 된 이유는, 만약 미래의 한국이 지금과 같이 성차별적인 국가라면 디바와 같은 사람이 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디협은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페미니즘 담론을 이끌어내는 존재다. 실제로 전디협이 활동을 시작한 후, 전디협 트위터뿐만 아니라 타 사이트에서도 전디협과 페미니즘에 대한 글들이 게재되었다. 게임 내 성차별 문제에만 목소리를 내지 않고 전반적인 페미니즘 활동으로 확대해 활동하고 있다. 게임 마스코트를 사용해 관심을 이끌어내고 성차별과 소수자, 약자 차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바로 전디협의 존재 의의다.

[사진=전디협]

[사진=전디협]

한편 전디협의 활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전디협이 디바를 마스코트로 삼고 의미를 부여한 것은 저작물에 대한 2차 창작이라고 볼 수 있다. 원작자인 블리자드의 허락 없이 디바의 로고를 이용해 상품을 만든 것은 저작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비판이 일었다. 저작권법 위반과 관련한 비판에 전디협은 자신들이 비영리단체이며 해당 상품을 이용해 수익을 내지 않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공식 설정에 페미니스트라고 기재되지 않은 게임 캐릭터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 또한 논란이 됐다. 물론 이러한 논란들은 오버워치의 총괄 디자이너인 제프 카플란이 2월 2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D.I.C.E Summit 2017 IGN Live 기조연설에서 공식적으로 전디협을 언급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제프 카플란은 1월 21일 서울에서 있었던 “세계 여성 공동 행진에서 디바의 로고가 달린 깃발이 시선을 끌었다”며 언급했다. 그는 전디협의 ‘헌장’에 감탄했다고 밝혔다. 그가 직접 언급한 헌장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따라서 전국디바협회는 디바를 우리의 마스코트로 삼아서, 그와 같은 사람이 실제로 나타날 수 있는 성 평등한 2060년을 만들기 위해 페미니즘적인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를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으며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이끌어냈다”고 칭찬했다. 이어 “바로 이것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게임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갖도록 의도하진 않았지만 오버워치팀이 만들어낸 가치가 사용자들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놀랍다”며 전디협과 관련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디바를 만든 블리자드가 전디협의 활동을 응원한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전디협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은 원작자가 2차 창작 및 캐릭터 재해석을 직접 인정하고 지지했다는 것만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 현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힌 만큼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페미니즘에 쏟아지는 관심은 뜨겁다. 또한 ‘성 평등한 2060년’을 위해 활동하는 전디협처럼 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많은 여성주의 단체들이 활동 중이며, 전 세계와 연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페미니즘은 분명 눈에 띄는 새 물결이다. 원래부터 존재했던 잔잔한 호수에 큼직한 돌멩이가 빠져 물결이 생기고 파도를 일으켰다. 혹자는 그 파도가 위험하다 말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파도를 타고 바다로 나선다. 2017년의 전디협이 2060년엔 어떻게 지형을 바꿀지 지켜보자.

글=안호경·연제은(일산 대진고 1) TONG청소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