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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한파 속 차려진 ‘수사권 조정’ 논의 테이블…여야는 ‘동상이몽’

중앙일보

입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사진은 지난 21일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 모습. 여야는 21일 회의에서 공수처 설치 방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사진은 지난 21일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 모습. 여야는 21일 회의에서 공수처 설치 방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연합뉴스]

이번에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검찰 개혁 여론이 높을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어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법사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금태섭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 개정안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금 의원이 낸 개정안의 골자는 수사(경찰)와 기소(검찰)를 분리하는 방안이다.

29일 국회 법사위 소위원회, 검경 수사권 조정안 심의 #한국당, 공수처 설치안 반대하며 “수사권 조정 논의는 가능” # #여야, 검찰 개혁 정치적 셈법 달라 논의 진전 미지수 #“수사권 약 60년 된 해묵은 난제…공수처도 제자리 걸음인데”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는 여권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논의가 자유한국당 반대로 제동이 걸리면서 일종의 우회로로 선택됐다. 지난 21일 공수처 설치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한국당이 전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 대신 “검찰 개혁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검경 수사권 조정부터 올리면 찬성해주겠다”(김진태 의원)고 하면서 논의 테이블이 차려지게 된 것이다.

여야가 검찰 개혁이란 목표에는 공식적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접근 방식과 정치적 셈법은 서로 달라 이번 논의에 진전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 민주당이 지금까지 취해온 기본 입장은 ‘선(先) 공수처, 후(後) 검경 수사권 조정’ 방식이었다. 익명을 원한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한 관계자는 공수처 설치 필요성에 대해 “검찰이 과거 내사 사건 중에서 지금 곶감 빼먹듯이 고위 공직자 수사를 하니까 정무적 판단에 따라 수사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느냐”며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는 것이다. 지금이야 검찰이 잘 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고리로 한국당을 일단 검찰 개혁 협의 테이블에 끌어들인 다음 공수처 설치 방안까지 논의를 확대하는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후순위에서 우선순위가 됐지만 검찰 개혁의 또 다른 한 축이라는 점에서 중요과제라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찰은 기소·지휘만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낸 금 의원은 “과도하게 집중된 검찰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이라는 건 다수의 의견”이라며 “수사권 조정 논의를 성실하고 진지하게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에서는 최근 최경환ㆍ원유철ㆍ이우현 의원 등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한국당이 공수처 설치에는 여전히 반대하면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결국 ‘검찰 힘빼기’를 노리는 것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민주당에서는 “한국당이 수사권 조정 논의를 앞세운 건 공수처 설치를 막으려는 꼼수”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한 의원은 “적어도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야 한다는 데에는 일정한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이 검찰 개혁 압박 카드로 급부상된 형국이지만, 국회 논의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관측이 많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1960년 4ㆍ19 의거 직후 들어선 허정 과도 정부 체제에서 맨처음 제기된 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등에서 심도 있게 논의됐음에도 최종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했던 해묵은 난제란 점에서다. 국회 한 관계자는 “논의된 지 15년 정도 된 공수처 설치 문제도 제자리 걸음인데 60년 가까이 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얽힌 타래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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