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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명뿐인 중국 농촌 학교에 도서관 기증 … “고마워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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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윈난성 진산소학교에 대한항공과 주중 한국문화원이 꿈의 도서실을 마련해 기증했다. [사진 대한항공]

윈난성 진산소학교에 대한항공과 주중 한국문화원이 꿈의 도서실을 마련해 기증했다. [사진 대한항공]

“이렇게 외딴곳까지 와서 도서실을 만들어 주신 한국인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주신 책들을 통해 어린이들이 넓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수민족 대부분인 진산소학교 #대한항공서 ‘꿈의 도서실’ 지원

중국 서남부 윈난성 리장(麗江) 교외의 진산(金山)소학교의 어문 교사인 차오리펀(曺麗芬)의 말이다.

개교 90년이 넘는 진산소학교는 바이(白)족과 나시(納西)족, 후이(回)족 등 소수민족 어린이들이 전교생 230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교다. 차오 교사 역시 나시족이다. 외딴곳에 자리 잡은 농촌 학교여서 도시 학교들에 비해 교육 환경이 열악한 게 사실이다. 더구나 1996년 309명의 인명피해를 낸 진도 7의 대지진의 진앙 한복판에 있던 학교 교사도 완파되고 말았다.

이 학교 졸업생이기도 한 허청창(和成强·38) 교장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무너진 교사를 다시 세우는 등 지진 피해는 극복했지만, 번듯한 도서실을 갖는 것은 지난 20여 년간 꿈조차 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 꿈같은 일이 27일 일어났다. 중국에서 ‘꿈의 도서실’ 사업을 펼쳐온 대한항공이 이곳을 찾아 교사 3층의 낡은 교실을 말끔히 단장하고 3000권의 장서를 갖춘 도서실로 꾸며 기증한 것이다.

허 교장은 “원래 학교 소유의 장서가 있긴 했지만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고 오래된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아이들의 지식 갈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해 교장으로서 늘 마음이 아팠던 게 이번에 말끔히 해소됐다”고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도서실 기증식이 끝난 뒤에는 주중 한국문화원 주최로 한국 문화와 음식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행사가 열렸다. 한류의 열기도 이곳을 비켜간 듯 아이들은 대부분 한국이란 나라를 알지 못했다. 도서실에 모인 50여 명 어린이 가운데 ‘안녕하세요’란 인사말을 아는 학생은 단 한 명뿐이었다. 6학년 장징(張靖)은 “한국이란 나라 이름을 비록 처음 들어보지만 고마움은 앞으로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8년째 ‘꿈의 도서실’ 사업을 펼쳐온 대한항공 채종훈 중국지역본부장은 “한·중 관계가 어려운 때일수록 이런 풀뿌리 교류를 중단하면 안 된다”며 “자라나는 세대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교류가 쌓여 언젠가는 흔들림없는 큰 나무로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장=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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