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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ELS … 기초자산 지수 변동 잘 따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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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5월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한 회사원 박모(35)씨는 최근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웃었다. 가입 6개월 만에 투자했던 4000만원이 조기 상환돼 100만원(연간 환산 수익률 5%)의 수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수익률이 은행 예·적금 금리의 2배가 넘는다”며 “투자금을 당분간 ELS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11월까지 조기상환 66조 #작년 1년 총액보다 이미 2배 넘어 #홍콩H지수 등 올라 발행액도 급증 #지수 폭락 땐 원금 손실 가능성

요즘 증시가 활황이라지만 투자자는 마땅한 상품을 찾기 어렵다. 지난 3일 사상 최고치(2557.97)를 경신했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몇 주간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상승세를 코스닥이 이어받았지만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한 ‘거품’ 논란이 걱정이다. 채권은 연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채권 가격 상승).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런 가운데 ELS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ELS는 주가지수나 종목 등의 기초자산 가격이 미리 정해놓은 범위를 만기(1~3년)동안 유지하면 약정된 수익(연 5~8%)을 주는 상품이다. 주식 등 직접투자보다는 리스크(위험)가 낮으면서도 예·적금, 채권 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저금리는 피하고 싶고 주식 투자가 겁이 나는 투자자들의 돈이 다시 ELS로 몰리기 시작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ELS 발행액은 27일까지 56조125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발행액(33조 7053억원)과 비교해도 66.5%나 늘어난 액수다. 이런 기조라면 역대 최대 발행액을 기록했던 2015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발행액 증가는 조기상환으로 증권사가 신규 ELS 상품을 발행할 여력이 생겼기에 가능하다. 조기상환은 만기 전이라도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ELS 기초자산이 일정 가격 범위를 유지하면 사전에 정한 수익과 원금을 돌려받는 것을 말한다. 올해 ELS 조기 상환 금액은 11월 27일까지 66조2228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조기 상환액(28조3077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ELS는 손실 발생 가능성을 일정 수준까지는 보호해줘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이런 ELS의 특성을 최근 투자자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녹선 NH투자증권 연구원도 “ELS의 주요 기초자산인 홍콩 H지수와 유로스톡스50 지수가 최근 몇 달간 상승 추세”라며 “이로 인해 조기상환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이를 투자자들이 다시 ELS 상품에 투자하는 흐름이 이어져 ELS 발행액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ELS는 다른 상품보다 더 큰 위험요소도 있다. ELS는 만기나 조기·중도상환 전에 한 번이라도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선 밑으로 내려가면 하락한 폭만큼 원금 손실을 보는 것으로 계약 조건이 바뀐다. 만기 때까지 ‘원금손실(녹인·Knock-in)’ 가능 구간에 머무르면 그만큼 원금을 떼이게 된다.

특히 지난해 초까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투자자들은 속앓이를 해야 했다. 2015년 상반기 1만4000선까지 올랐던 H지수가 지난해 초 7500선까지 폭락하면서 줄줄이 녹인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원금 손실 구간에 접어든 ELS만 2조원을 훌쩍 넘겼다. 다행히 최근 들어 H지수가 1만2000선에 육박하면서 녹인 구간에 있던 ELS가 대폭 줄었다.

이로 인해 요즘 ELS 상품은 만기 시점까지 기초자산 하락 폭을 따지지 않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수익률을 보장하는 노(NO) 녹인 ELS가 늘어나고 있다.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것처럼 정해 놓은 수익을 올리지 못해도 곧바로 정산해 원금은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리자드(도마뱀) 형 ELS’도 인기를 끈다.

현재 국내 주요 ELS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방식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홍콩 H지수, 유로스톡스50, 코스피200 지수가 주요 기초자산이다. 박녹선 연구원은 “ELS는 한 상품당 기초자산의 수가 많으면 약정 수익률이 높은 대신 더 위험하게 설계돼 있다”며 “최근 주가 상승만 믿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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