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수니파 40개국 군사동맹 시동 … 이란 겨냥 “이슬람권 내 테러 종식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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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무함마드 빈 살만. [AP=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AP=연합뉴스]

지난 2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이슬람 수니파 40개국 국방장관들이 모였다. 사우디 국방장관을 겸하고 있는 32세 무함마드 빈 살만(사진) 왕세자의 긴급 요청으로 소집됐다. 빈 살만은 최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 정세의 키맨(keyman)이다.

이집트 테러 계기로 적극 대응 나서 #FT “역내 긴장감 한층 고조될 것”

이날 모임으로 ‘이슬람 대테러 군사동맹(IMCTC)’이 본격 활동에 나섰다. IMCTC는 2015년 12월 빈 살만이 주도해 탄생한 수니파 국가들의 새로운 안보 동맹이다. 사우디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 이집트 등 사우디의 전통 우방국들과 터키, 모로코, 수단, 세네갈 등이 참여한다.

이날 회의는 24일 이집트 시나이반도 모스크에서 발생한 끔찍한 테러가 계기가 됐다.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보이는 이 테러로 최소 305명이 사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회의에서 “오늘 우리는 테러리즘에 대한 추적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많은 나라, 특히 이슬람 국가들에서 테러리즘이 패배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극단주의 테러리즘은 무고한 시민을 죽이고 미움을 전파할 뿐 아니라 관용의 종교인 이슬람의 명성마저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의에선 테러 대처를 위한 정보 공유 방안에서 미디어 전략, 심리전, 테러자금 차단, 군사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이슬람권에서의 테러 종식에 방점을 찍은 것은 라이벌인 시아파의 맹주 이란과 친이란 무장단체인 레바논 헤즈볼라 등과의 대결을 예고하는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강력한 수니파 군사동맹의 등장은 서방과 IS 등 테러단체간의 전쟁이 이슬람권 내부 전쟁으로 비화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테러 대응을 명분 삼아 세 결집에 나서는 데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니파의 리더인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의 역내 대리전이 예멘에서 레바논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시점에서 군사동맹이 발족해 긴장감이 한층 고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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