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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예고편 관람한 뒤 영화 등급분류 체험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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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로 등급, 올바른 관람’ 캠페인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미디어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넷플릭스·유튜브 같은 인터넷 채널을 통해 미디어 콘텐트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다. 영상물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이를 접하는 나이는 점점 어려지고 있다. 아이들이 유해한 영상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지만 영상물의 유해성을 고려해 아이를 지도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이에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청소년의 건전한 영상 관람을 위해 ‘올바로 등급, 올바른 관람’ 캠페인에 나섰다.

지난 18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서울 CGV용산에서 진행한 ‘올바로 등급, 올바른 관람’ 캠페인에 참여한 아이들이 등급분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18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서울 CGV용산에서 진행한 ‘올바로 등급, 올바른 관람’ 캠페인에 참여한 아이들이 등급분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주제나 내용은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 폭력적인 장면이 있어서 전체관람가는 안 될 것 같아.” “선정적인 장면은 없지만 범죄와 관련된 내용을 다뤄 아이들이 보고 따라 하지 않을까?”

영등위, 청소년 보호 위해 #‘ 일일 등급분류 체험’ 행사 #일곱 가지 요소 종합 검토

지난 18일 서울 용산의 한 멀티플렉스 상영관. 엄마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부터 데이트를 나온 노부부까지 수십 명의 인파가 줄을 선 가운데 고등학생 두 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영등위가 주최한 ‘올바로 등급, 올바른 관람’ 캠페인의 일환으로 영화관을 방문한 관람객이 영화 예고편을 보고 영화의 등급을 직접 매겨 보는 ‘일일 등급분류 체험 현장’이다.

모방심리 자극하는 장면 중시

영화의 등급분류는 선정성·폭력성뿐 아니라 주제·대사·공포·약물·모방위험 등 영화의 맥락에 나타나는 다양한 7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 담배나 술 같은 약물이 자주 등장하는지, 학교 내 폭력이나 따돌림 같은 청소년의 모방심리를 자극하는 부분이 없는지도 중요한 검토 사항이다.

‘올바로 등급, 올바른 관람’ 캠페인 모습.

‘올바로 등급, 올바른 관람’ 캠페인 모습.

등급분류 체험 현장에서 관람객은 영화 예고편을 본 뒤 영화의 등급분류 항목이 표기된 ‘등급분류 프로그램 의견서’를 작성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영화의 등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날 등급분류 체험에 참여한 대학생 김정현(20)씨는 “영화를 자주 보면서도 등급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했다”며 “등급분류를 하는 데 기준이 7가지나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등급분류 체험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가족 관람객도 많았다. 초등학생 자녀 두 명과 함께 참여한 오정욱(42)씨는 “얼마 전 중학생 아이와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를 보러 갔다가 중간에 나온 적이 있다”며 “등급분류 제도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는데 이번 체험을 통해 보호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리나라 영상물 등급분류는 만 나이를 기준으로 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 5개의 연령별 등급으로 나뉜다. 부모·교사 등 보호자와 함께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12세 이상 관람가와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를 볼 수 있다. 이 같은 ‘보호자 동반관람’은 자녀가 영화를 보는 게 적절한지 부모나 교사가 판단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는 동시에 부모가 책임을 지고 영화의 주제와 폭력성·선정성 등을 아이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극장 영화 관람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스마트폰을 통한 영상물 시청이다. 최근 IPTV·스마트폰 등 개인 미디어를 통해 영상물을 소비하는 형태가 확산되면서 청소년이 선정·폭력·혐오 등 유해한 콘텐트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16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성인 영상물을 본 비율이 초·중·고생 전체 평균 41.5%로 나타났다. 초등생의 경우 성인 영상물 접속 비율이 2014년 7.5%에서 지난해 18.5%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유튜브·아프리카TV 등 스트리밍 동영상의 경우에는 그 심각성이 크다. 초등학교 한 학급당 평균 5명의 장래 희망이 1인 BJ로 꼽힐 정도로 1인 미디어에 대해 동경심을 갖는 청소년이 많다. 하지만 부적절한 콘텐트를 소비한 청소년이 내뱉는 교실 속 ‘혐오’는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유해 영상물에 노출되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안전장치로 등급분류 교육, 부모와 가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아동의 정서 발달은 각각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자녀의 취향과 발달 정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모가 ‘영상물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자녀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영상물을 잘 활용하고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유해 영상물이라고 판단될 경우엔 등급 분류 정보를 활용해 관람 여부를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청소년은 보고 느끼는 것을 통해 생각을 결정하기 쉬우므로 이 시기에 접하는 유해 영상물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자녀가 영상물을 올바로 볼 수 있도록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학부모 대상 미디어 교육 실시

영등위는 청소년의 건전한 영상물 관람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미디어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상을 학부모로 확대하고 청소년 영화등급 교실을 운영해 약 4만여 명의 청소년에게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영등위 관계자는 “영상물을 시청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환경에서 가정에서의 영상물 지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부모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한 만큼 자녀와 함께 영화 등급분류에 대해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영상물등급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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