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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의 미모 맛집] 34 욕지도에선 널린 게 고등어 회

중앙일보

입력

고등어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11월이다. 경남 통영 부속섬 욕지도의 명물 음식 고등어회. 쫄깃쫄깃한 살과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중앙포토]

고등어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11월이다. 경남 통영 부속섬 욕지도의 명물 음식 고등어회. 쫄깃쫄깃한 살과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중앙포토]

욕지도는 경남 통영 삼덕항에서 배로 1시간 바다를 가르면 닿을 수 있는 통영의 부속섬이다. 면적 12㎢에 불과한 남해 바다의 작은 섬에 주민 1500여 명이 살고 있다. 지금은 한적하고 소담한 섬마을의 모습이지만 일제강점기 때만 해도 욕지도는 거주자가 2만 명을 웃돌 정도로 북적거렸다.
섬을 번성하게 만든 것은 욕지 바다에 널려있는 갯것, 특히 욕지의 따뜻한 바다에서 나는 고등어였다. 고등어 잡이 대형 선박이 드나들면서 1960~70년대 욕지도 여객터미널 근처 자부마을에는 선원을 상대하는 술집 100여 개가 밀집했다. 지금도 좌부마을에 가면 일본인이 만든 목욕탕, 선원을 상대했던 당구장·이발소·여관과 요정 등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남해 바다와 어우러진 욕지도. 욕지 바다는 수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 고등어가 서식하기 적절한 환경이다. [중앙포토]

남해 바다와 어우러진 욕지도. 욕지 바다는 수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 고등어가 서식하기 적절한 환경이다. [중앙포토]

욕지도의 과거 영화를 엿볼 수 있는 좌부마을. [중앙포토]

욕지도의 과거 영화를 엿볼 수 있는 좌부마을. [중앙포토]

고등어 어업기지가 부산 등지로 옮겨가면서 사람은 떠났지만 고등어는 여전히 욕지도에 남았다. 과거에는 자연산 고등어로 풍어를 이뤘다면 지금 욕지도 고등어 대부분은 양식이다. 1976년 욕지도에서 국내 최초로 고등어 양식에 성공했고, 현재 전국 고등어양식장 17곳 중 12곳이 욕지도에 밀집해 있다. 욕지도 해안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바다 위 오륜기처럼 떠 있는 구조물이 보인다. 그게 바로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유영하는 고등어에 맞춤형으로 설계된 가두리 양식장이다.

오륜기를 닮은 고등어 가두리 양식장.

오륜기를 닮은 고등어 가두리 양식장.

언제든 신선한 고등어를 조달할 수 있는 욕지도에서는 독특하게도 고등어를 회로 즐긴다. 성질이 급해 잡자마자 죽어버리는 고등어의 특성 상 뭍에서는 활어 조달이 힘들어 고등어를 회로 맛 볼 기회가 적다. 반면 욕지도에서는 고등어조림·구이보다 외려 고등어회가 흔하다. 욕지도에 왔다면 반드시 맛 봐야할 명물 음식이기도 하다.
욕지도 여객선터미널 주변에 고등어회를 다루는 횟집이 6곳 있다. 그중에서 원조 식당으로 꼽히는 곳은 93년 문을 연 ‘늘푸른회센타(055-642-6777)’다. 욕지도 토박이 곽금식(66) 사장이 이끄는 식당으로, 곽 사장은 고등어살을 초물에 담갔다가 회를 뜨는 ‘욕지도식 고등어회’를 정착시켰다. 난생 처음 맛 본 욕지도식 고등어회는 식감은 참치회, 맛은 전갱이회와 비슷했다. 비린내가 없는 게 인상적이었다. 곽 사장은 “초물에 10여 분 숙성시켜 고등어의 잡내를 제거한다. 계절에 따라 초물의 농도, 초물에 담그는 시간을 조절한다”고 귀띔했다.
곽 사장은 양식 고등어가 아니면 고등어회가 탄생하지 않았을 거라고도 말했다. 자연산 고등어는 성질이 예민해 잡자마자 죽어버리고, 곧장 부패하기 때문에 횟감으로 적당하지 않다. 양식 고등어는 가두리 양식장 등 닫힌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이 돼 있어서, 식당 수조에서 몇 시간은 살아 있는 채로 견딜 수 있다. 그래도 제 성질을 어디 버리지는 못해 수조에 오랜 시간 가두는 대신 매일 새벽 양식장에서 신선한 고등어를 들여온단다. 회집 앞 수조에는 사시사철 펄떡거리는 고등어가 매일 헤엄치고 있다.

늘푸른회센터의 고등어회. 보기만해도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중앙포토]

늘푸른회센터의 고등어회. 보기만해도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중앙포토]

고등어한상에 딸려 나오는 고등어조림. [중앙포토]

고등어한상에 딸려 나오는 고등어조림. [중앙포토]

곽 사장이 추천하는 고등어회 맛있게 먹는 팁은 이렇다. 초장을 찍지 말고 식초를 살짝 친 간장에 찍어야 고등어의 고소한 맛이 배가 된다. 파나 생강 등을 곁들여도 좋다. 살을 발라내고 남은 고등어 대가리와 뼈로 끓인 조림까지 먹고 나면 욕지 바다의 영양분을 꿀떡 삼킨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마침 연중 고등어살이 가장 통통하게 차오른다는 11월이다. 이맘때 즈음 고등어는 지방질이 20%까지 오른다. 겨울 바다를 보러, 먹방 여행을 떠나러 통영의 섬으로 주말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고등어 한상(3인)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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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통영 부속섬 욕지도 늘푸른회센터 #주산지에서 맛보는 제철 고등어 활어회 #참치 만큼 고소한 가을 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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