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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밀리아, 성가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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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9호 29면

삶과 믿음

얼마 전 유럽 성지순례를 가면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들렀다. 아마도 이 도시를 찾는 사람은 스페인이 가장 사랑하는 건축가 가우디의 건축물을 꼭 만날 것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즉 성가족성당은 규모가 워낙 크고 웅장하다. 건축 계획도 상상을 초월하여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안을 들어가면 마치 숲속에 와 있는 착각을 느끼게 한다. 독특한 인테리어와 함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빛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문득 우리 세상의 모든 가정이 이런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끼는 장소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잠시 상념에 젖었다.

이 아름다운 성당의 이름은 왜 사그라다 파밀리아, 즉 성가족성당으로 지었을까. 가우디는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가 바로 성가정이라는 것을 예언한 것이 아닐까. 사람은 살기 위하여 항상 알맞은 환경과 보금자리가 필요하다. 이것이 가정이며 집이다. 그래서 가정은 사회의 가장 기본단위이며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가정은 많은 병리적 현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혼, 가정폭력, 자살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 갈등과 사건이 매일같이 사회면을 채우고 있다. 기본적으로 가정은 부부관계와 자녀를 포함한 공동체다. 성경에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거나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고 가르친다.

성경에서는 가정의 기초 요소가 부부관계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신약성경에서는 예수님과 함께 동정 마리아와 성 요셉의 가정을 나사렛의 성가정으로 소개하고 있다. 성가정은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곳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성가정은 고통과 시련의 장이었다. 그런데도 마리아와 요셉의 사랑과 충실 그리고 순종과 헌신은 모든 신앙인 부부의 표양이 된다.(루카 2,41-52 참조)

언젠가 한 일간지에서 부모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자녀가 부모의 화목을 꼽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려면 우선 부부의 관계가 화목해야 한다. 화목한 부부의 사랑이 넘쳐 자녀에게 흘러가야 한다. 부부는 우선 서로가 믿고 의지하며 서로 신의를 지키고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진정한 노력 없이는 자기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 소중히 여기는 진정한 영적 사랑까지 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통과 역경에서 가족이 서로 격려하고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다 함께 행복한 가정을 누릴 수 있다. 매일 저녁 가족이 잠깐만이라도 오순도순 모여 앉아 진솔한 대화를 해 보는 건 어떨까.

허영엽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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