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그 가스파리니가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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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그 가스파리니(33·슬로베니아)가 돌아왔다. 대한항공이 가스파리니를 앞세워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18 도드람 V리그 2라운드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득점을 올린 뒤 황승빈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대한항공 가스파리니(오른쪽). [사진 한국배구연맹]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18 도드람 V리그 2라운드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득점을 올린 뒤 황승빈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대한항공 가스파리니(오른쪽). [사진 한국배구연맹]

한국배구연맹은 지난 시즌부터 남자부 외국인선수제도를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변경했다. 트라이아웃을 앞둔 7팀의 목표는 확실했다. 2012-13시즌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가스파리니였다. 14.3%의 확률을 뚫고 1순위을 잡은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거침없이 가스파리니를 선택했다. 결과도 좋았다. 가스파리니는 지난 시즌 득점 5위(823점), 공격 성공률 7위(51.59%), 서브에이스 1위(세트당 0.63개)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박기원 감독은 가스파리니가 합숙소가 아닌 자택에서 출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기대에 부응했다. 재계약은 당연했다.

올시즌 가스파리니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슬로베니아 국가대표에선 좋은 모습을 보이며 2그룹 우승을 이끌었지만 V리그에선 지난 해보다 파괴력이 떨어졌다. 23일까지 10경기를 치르면서 거둔 공격성공률은 44.96%에 머물렀다. 세트당 득점(5.92→5.69), 블로킹(0.388→0.282), 서브득점(0.626→0.487) 모두 하락했다. 가스파리니가 해결사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대한항공도 중위권에 맴돌았다. 가스파리니가 부분적 채식을 하는 바람에 스태미너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24일 우리카드전에서 가스파리니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가스파리니는 1세트에서 후위공격 3개, 서브득점 3개, 블로킹 3개를 기록해 트리플크라운을 완성했다. 프로배구 출범 이후 1세트 만에 트리플크라운을 완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스파리니는 27-26으로 앞선 상황에서 서브득점을 올려 극적으로 기록을 달성했다.

가스파리니는 2세트에서도 지치지 않고 맹공을 가했다. 27점을 올려 올시즌 최고 외인으로 평가받는 우리카드 파다르(18점)와 대결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교체투입된 세터 황승빈도 가스파리니의 입맛에 맞는 토스를 올려줬다. 대한항공은 우리카드를 3-0(28-26, 26-24, 25-20)으로 꺾고 2연패에서 벗어났다. 승점 16점(5승6패)이 되면서 3위 KB손해보험(6승4패·승점 17)과 승점 차도 1점으로 줄였다.

1세트에만 14점을 올린 가스파리니는 "나는 내가 왜 여기(한국)에 있는지 안다. 공격 비중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1세트 트리플크라운 달성에 대해선 "트리플크라운을 세운 것보다 0-5에서 뒤집은 게 기쁘다. 꼭 역전하고 싶다는 집념이 있었다"고 말했다. 가스파리니 자신도 지난해보다 부족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최근 2년 동안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거의 쉬지 못했다. 내게도 새로운 도전"이라며 "그렇지만 늘 최고의 몸 상태로 뛰려고 노력중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원 감독은 이날 경기 뒤 가스파리니가 고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비시즌엔 빠른 속도의 공격을 하려했지만 가스파리니의 팀 합류가 늦어져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세터 한선수와 가스파리니의 부진도 거기에 있다고 짚었다. 가스파리니는 "한국에서 3시즌이다. 다른 리그에서도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가 전술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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